"투자자에 회사 손해 떠넘겨" 질타, 동양증권 전 사장 등도 중형 구형
검찰이 1조3,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위현석) 심리로 열린 현 회장 등 동양그룹 관계자 17명에 대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현 회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부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손해를 떠넘겼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어 “동양증권이 고객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고객에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 같은 자금이 오너들의 경영권 유지에 사용됐다”며 현 회장 등을 매섭게 질타했다.
검찰은 CP 발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 이상화(49) 전 동양시멘트 대표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구형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철(38)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에게도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그 밖에 함께 기소됐던 동양그룹 경영진 7명에게는 각각 징역 2~5년이 구형됐으며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 등 6명에게는 각각 징역 2~7년과 추징금 1,000만~14억원이 구형됐다.
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경영상 실책일 뿐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현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동양파워와 동양매직을 조기에 매각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친 것은 통한의 실책”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 회장은 “이 사태는 제가 부족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며 “피해를 입게 된 분들, 저와 함께 재판을 받게 된 계열사 대표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그룹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해 판매,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의 천문학적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 밖에도 현 회장은 6,652억원 상당의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ㆍ배임 혐의도 함께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작전세력을 동원해 동양시멘트 주가를 조작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추가됐다. 선고 공판은 10월 10일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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