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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베팅하다 재산 탕진했다면 본인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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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베팅하다 재산 탕진했다면 본인 책임"

입력
2014.08.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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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서 3년 넘게 230억원 잃은 기업 대표

"카지노가 초과 베팅 묵인" 손배소, 결국 고객 패소 취지로 파기 환송

카지노에서 상한금액을 넘기며 베팅을 하다 재산을 탕진했다면, 이를 묵인한 강원랜드가 피해를 보상해야 할까. 5년 동안 이 사안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대법원의 결론은 ‘개인의 선택으로 초과베팅을 했으니 강원랜드는 책임이 없다’ 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1일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다 230여억원을 잃은 중소기업 대표 정모(70)씨가 "카지노 측이 사실상 초과베팅을 허용해 피해를 입었다"며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은 13명의 대법관 중 7명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고, 나머지 6명은 끝까지 "강원랜드가 일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만큼 대법관들의 판단이 팽팽히 맞섰다.

강원랜드의 손을 들어준 7명의 대법관들은 우리 민법의 근간인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했다. 이들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위를 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고 감수해야 한다는 ‘자기책임의 원칙’은 카지노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에서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며 정씨 스스로 재산 탕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7명의 대법관은 카지노 운영과 관련된 법령이 베팅 상한 규정을 둔 것은 카지노의 사행성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 카지노 이용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6명의 대법관들은 "법령으로 베팅 한도액을 정한 취지는 카지노 사업자가 이용자의 과다한 손실을 밑천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도박과 관련된 법체계의 모순을 최소화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의미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좀 더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도박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다른 쟁점인 정씨의 출입제한 조치 유무에 대해서도 판단이 엇갈렸다. 7명의 대법관은 카지노 측이 출입제한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해 "카지노 측이 정씨를 출입제한자로 등록하기도 전에 이를 요청한 아들이 전화로 철회 의사를 밝혔던 만큼 적법한 출입제한 요청조차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6명의 대법관은 "정씨 가족이 출입제한 요청서를 발송한 이상 그 철회 역시 강원랜드가 정한 카지노출입관리지침에 따라 문서로 해야 했다"며 "전화 철회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 강원랜드가 카지노 이용자들에게 도박 손해를 보상해야 하는 기준은 제시됐다. ▦카지노 이용자가 도박 중독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 본인이나 가족의 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라면 카지노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예약자들만 고액의 도박을 할 수 있는 VVIP룸을 이용하며 자신이 고용한 사람과 동행해 베팅하는 편법으로 1인 1회 1,000만원의 베팅 한도를 넘겨 최고 6,000만원까지 베팅했다. 이렇게 카지노에 빠진 정씨는 2003년 4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강원랜드에서 333회에 걸쳐 도박을 해 231억여원을 잃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카지노 측의 잘못을 일부 인정해 28억4,000여만원, 2심은 21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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