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주택 침수... 인명피해 없어
축조 69년 노후 저수지… 3년 전부터 주민들 보수 요구 무시
마을 통장이 붕괴징후 발견 대피방송 20여분 뒤 무너져
21일 발생한 경북 영천시 저수지 제방 붕괴사건도 인재라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3년 전부터 관계당국에 제방 보수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오전 9시쯤 경북 영천시 괴연동 저수지 여수로(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면 저절로 넘도록 하는 부분) 20m가량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했다. 만수위의 저수지 물 6만여 톤은 노도처럼 하류를 덮쳤다. 저수지 아래 3개 마을 80여 가구 주민 120여 명은 대부분 대피방송을 듣거나 쏟아지는 물을 보고 마을 회관 등으로 신속히 대피, 별다른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포도밭과 옥수수밭 등 농경지 0.5㏊와 슈퍼마켓, 오소리농장, 차량이 침수되고 도로가 파손되는 등의 피해가 났다.
이 마을 통장 김호섭(51)씨는 “21일 새벽까지 많은 비가 내려 저수지를 둘러 보던 중 붕괴조짐이 보여 8시50분쯤 대피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저수지 붕괴사고가 나자 주민들은 “그렇게 보수해 달라고 했는데 무시하더니 올 것이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3년 제방 한 쪽의 콘크리트 여수로와 흙으로 된 제방 사이에 균열을 발견, 영천시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천시 관계자는 “해당 저수지는 B등급으로 분류돼 정밀안전진단 대상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 올해 추경에 1억 원 가량의 예산을 반영해 점검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저수지는 제방높이 5.5m, 저수량 6만1,000톤, 제방길이 160m로 1945년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축조됐다.
한편 영천시와 경북도는 소방차 등을 동원, 침수된 주택과 도로의 토사를 씻어내고 중장비 등으로 응급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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