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멈추고 영업력 떨어지고… 노조 등 반발 내부 혼란도 커져
임영록·이건호 징계 싸고 결론 미뤄 온 금감원도 책임

KB금융그룹이 경영 불확실성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이 6월 초. 벌써 2개월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징계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갈등, 갈팡질팡한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일처리 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KB금융 직원들에게 전가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21일 오후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을 열었다. 안건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갈등, 국민주택기금 횡령의 세 가지다. 6월 26일 이후 두 달간 다섯 차례의 제재심이 열렸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여섯 번째 열린 회의다. 더구나 KB카드 분사 시 개인정보 이관 안건은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날 안건에조차 상정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경영 공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인사가 올스톱된 상황. KB투자증권과 KB생명, KB신용정보, KB부동산신탁, KB자산운용 등 KB금융의 5개 자회사 대표와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상품본부장, WM사업본부장, 서영업추진본부장 등 4명의 국민은행 임원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속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행은 직급별로 순차적인 인사를 단행하는 만큼 임원 인사 지연은 일선 직원들의 불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출산ㆍ육아휴직을 지원하는 직원이나 지방ㆍ해외지점 근무 직원들이 원하는 날짜에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영업력도 위축됐다.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이 상품 권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영업 이상으로 제재심 결과 예측에 몰두하게 된 까닭이다. 실제 올 상반기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신규판매 금액의 경우 5,93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132억원)와 비교해 반토막 이상이 났다.
내부혼란도 커졌다. 전산시스템 교체 파문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갈등 구도로 비치면서 반발했던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며 급기야 7일부터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11일부터는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진이 제재심에 반복적으로 불려 다니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 “경영 공백으로 무너진 KB그룹의 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정기 제재심 외에 임시 회의를 열어서라도 빨리 결론을 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KB금융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결국 양형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온 금융당국은 비난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의 내부 의견조율 실패가 제재심 결론 연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탓이다. 일부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현행 제재방식이 과거 ‘원님 재판’처럼 허술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은 21일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제도 개편 제안서’를 통해 금융감독원 제재절차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제안했다. “금감원 부원장이 제재심 위원장을 맡는 등 사법부로 치면 검사와 판사의 역할을 금감원이 겸임하고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제재 권한 구분도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패널 중 한 사람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KB금융 관련 제재심만 하더라도 중대한 사안임에도 일종의 해프닝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제재심이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서 법적 지위가 모호한 만큼 재재심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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