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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에서 젖가슴 보이며 결백 증명 후 자결… 송사소설 주인공 묘소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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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에서 젖가슴 보이며 결백 증명 후 자결… 송사소설 주인공 묘소 발견

입력
2014.08.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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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에서 젖가슴 보이며 결백 증명 후 자결… 송사소설 주인공 묘소 발견

조선 중기 때 젖가슴을 내보이며 결백을 증명해 재산 송사에서 이기고 자결한 한 실존여성의 신념을 그린 송사소설 ‘홍열부전(洪烈婦傳)’의 주인공 홍씨의 묘소가 경북 봉화에서 발견됐다.

홍열부전은 밀암 이재(密菴 李栽ㆍ1657∼1730), 송월재 이시선(松月齋 李時善ㆍ1625∼1715) 등 당대의 유학자 7명이 ‘열녀 홍씨전’‘절부 홍씨전’등으로 제목을 달리해 쓸 정도로 당시 논란과 화제를 일으킨 송사사건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전으로 펴낸 작품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홍씨는 조선 유학자 홍이원의 막내딸로 충북 진천 사람 이세중의 전처 소생인 명인에게 시집 갔으나 조부모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 받은 결혼 초 남편이 죽자 재산송사에 휘말리게 된다. 홀로 된 홍씨가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며 가사를 모두 맡게 되자 이세중의 첩과 후처 소생 자매 등이 재산을 노리고 ‘홍씨가 사통하여 아이를 숨겨 두고 있다’는 등 헛소문을 퍼트리고 시아버지마저 헛소문을 믿게 된다.

날조된 진술서 때문에 재판정에 넘겨진 홍씨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젖가슴과 배를 내보여 태흔이 없음을 확인시키고 결백을 증명한다. 외간 남자에게 치부를 보인 홍씨는 곧 자결한다.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인 1684년의 일이다. 홍씨가 죽은 45년 뒤 1729년에 나라에서 정려문을 내려 열녀로 인정했다.

홍씨의 묘소는 홍열부전을 연구하는 계명대학교 한문학과 권석구(51)강사가 봉화의 후손을 찾아가 수소문한 끝에 명호면 속칭 가림고기에서 발견했다. 권 강사는 “홍씨가 죽은 뒤 친정 가족들이 시신을 진천에서 봉화로 옮겨와 묘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권 강사는 “소설에서 홍씨가 ‘영남 봉화에 우거하였다’거나 ‘봉성의 비현에서 살았다’는 표현이 있으나 소설 속의 주인공 묘소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비석에는 ‘사인 완산 이명인의 처 열부 남양홍씨 묘’로 새겨져 있다. 하지만 후손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유명 송사소설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묘소 옆에는 홍씨를 따르던 몸종의 묘도 나란히 있다. 소설에서 몸종과 삽살개는 홍씨가 자결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음식을 전폐하여 죽어 무덤을 만들어 줬다고 기록돼 있다.

권 강사는 “당시에 여성이 다른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어서 논란도 많았지만 신념을 지킨 여성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동렬 봉화군 부군수는 “봉화를 알리는 훌륭한 소재로 보이는 만큼 영화 책자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관광소재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열부전의 최초 작가로 밀암 이재라는 설이 있으나 권 강사는 “송월재 이시선이 처음 글을 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월재가 봉화사람이고 홍씨가 자결한 시기의 나이와 작품 내용을 살펴보면 추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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