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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수렁에 다시 빠져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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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 수렁에 다시 빠져드나

입력
2014.08.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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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론 "제한적 개입 유지" 입장… 미국인 추가 살해 상황 발생하면

더 적극적인 대응 가능성 농후… 공화당 등 압박도 등 떠미는 양상

이라크 반군에게 아들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제임스 폴리의 부모. 로체스터=AP연합뉴스
이라크 반군에게 아들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제임스 폴리의 부모. 로체스터=AP연합뉴스

미국이 다시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드는 것인가.

이라크 반군 이슬람국가(IS)의 미국인 기자 참수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강경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현재로는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고 제한공습에 머무는 선이다. 문제는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IS는 이미 억류한 미국인 기자들의 추가 살해를 경고한 상태다. 공화당 중심으로 미국 보수 여론은 더 확실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각각 성명을 통해 IS를 “암”과 “악”에 비유하며 척결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인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속 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과 함께 IS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1세기인 지금 이 시대에 IS가 발붙일 곳은 없으며 IS는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고도 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은 IS와 같은 악마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IS와 IS의 사악함은 반드시 파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북부 모술댐 부근의 IS 목표물을 14차례 공습해 험비 차량 6대와 장갑차, 그 이외 다른 목표물들을 파괴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은 앞으로 자국민과 자국 시설이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모술댐 부근을 중심으로 IS에 대한 공습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미 국방부는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 증파를 검토하는 등 자국민 치안대책도 강화하고 나섰다.

오바마 정부는 공습과 치안요원 증파 이외에는 다른 카드를 내놓지 않아 현재 수준의 제한적 개입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앞으로 추가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거나 이라크 사태가 계속 악화할 경우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의 더 적극적인 대응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은 IS의 미국인 추가 살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실종된 언론인은 20여명에 달하며 이중 상당수는 IS에 붙잡혀 있다고 CNN이 전했다. 이 중에는 2년 전 실종된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오스틴 티스도 포함돼 있다. IS는 다른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 참수 가능성도 내비친 상태다.

미국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알고 살해 동영상이 공개된 제임스 폴리 등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인 구출작전을 최근 벌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미 정보기관이 확인한 인질 억류 추정 장소를 특수전요원 수십명이 군용기를 통해 침투해 작전을 벌였지만 구출에는 실패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그 동안 공화당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군사개입 확대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미 하원 대테러 소위원장 피터 킹(공화) 의원은 의회 전문지 더 힐과 인터뷰에서 폴리 참수를 “사실상 미국을 상대한 전쟁 선포”라며 “미국에 대한 이 같은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마이크 로저스(공화) 정보위원장도 “영국 총리가 IS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휴가 도중 복귀해 논의를 주도한 모습을 오바마 대통령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3년 전 이라크 철군을 주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며 해외 군사개입 최소화를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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