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배티성지 순례성지 조성 속도
가톨릭 박해 순교지인 충북 진천 배티성지(충북도기념물 제150호)를 세계적인 성지(聖地)순례지로 만드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진천군은 10억원을 들여 배티성지 일대에 형성됐던 교우촌 15곳을 연결하는 순례길(7.5km)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순례길은 진천의 걷기 길인 ‘생거진천둘레길’과 연결하고 인근 사찰과도 이어 종교화합을 상징하는 코스로 조성된다. 군은 이 길이 천주교 박해 시절 교인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비밀 통로였던 역사적 사실을 감안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방침이다.
순례길이 완성되면 배티성지는 국내 가톨릭 성지를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난다. 진천군은 충북도, 천주교 청주교구유지재단과 함께 2012년부터 총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배티성지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올해 4월에는 배티성지에 순교박해박물관이 개관했다. 7개의 전시실을 갖춘 이곳에는 한국 천주교회 첫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로 배티성지에서 활동한 최양업(세례명 토마스·1821∼1861)신부의 일대기와 조선시대 순교 영상물, 최 신부가 지은 교리서, 조선 말 천주가사 한글본 등 가톨릭 관련 자료가 가득하다. 건물은 최 신부가 마카오에서 유학할 당시 살던 기숙사의 원형에 가깝게 지어졌다.
순례지 조성 첫 사업으로 추진한 최양업 신부 기념관은 2012년 4월 준공됐다. 성당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기념관은 순례객 문화 행사장, 신자 피정(避靜·일상생활의 모든 일에서 벗어나 장시간 조용히 자신을 살피며 기도하는 일)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진천군 백곡면 양백리에 있는 배티성지는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교인들이 숨어살던 곳. 마을 어귀에 배나무가 많아 ‘배티’로 불렸다. 1830년대부터 교우촌이 형성됐으며 우리나라 최초 신학교인 조선교구신학교가 세워졌고 28기의 무명 순교자의 묘지가 흩어져 있다.
문재란 진천군 관광팀장은 “교황 방문으로 천주교 성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순례길 조성을 최대한 앞당겨 추진할 계획”이라며 “배티성지 명소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연간 30만명이 넘는 순례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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