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등 고려 '위반 내용' 판단
자의성 우려... 면죄부될 수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검찰 고발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며 계량화된 고발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부 고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해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20일 대규모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ㆍ이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고발 지침을 발표하고 22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에 대한 적극적 고발을 통해 위반 행위 억지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침의 골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의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등 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위반 금액이나 부당성 정도가 일정 기준을 넘기면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 이 조항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따라 만들어져 지난 2월부터 시행됐다.
고발 지침은 법 ‘위반 내용’과 ‘위반 정도’에 각각 점수(1~3점)를 매긴 뒤 합산해 일정 점수(5점)가 넘으면 고발하는 식이다. 위반 정도는 위반 액수나 총수 일가의 지분보유 비율로 평가한다. 하지만 위반 내용은 ‘위반 행위의 의도, 목적, 경위 및 관련업계 거래관행 등을 고려한 부당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어서 공정위 재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령 공정위가 부당성 정도를 ‘중’(2점)으로 평가할 경우 위반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관계회사에 대한 재벌총수의 지분 비율이 80%가 넘을 때(3점)만 검찰 고발이 가능하다. 부당성 정도가 ‘하’(1점)이면 검찰 고발은 아예 불가능하다. 때문에 고발 지침이 오히려 공정위에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을 명분을 줄 여지도 있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성 정도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당성 정도를 고발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법 개정 당시 부당성 정도와 관련 없이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신설한 것인데, 또다시 부당성 정도를 고발 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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