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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상속 부추기는 가업상속공제

입력
2014.08.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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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규모 제한 7년 만에 5배 늘려

'덩치 큰' 중견기업 90%가 수혜

공제 한도도 500억원으로 늘어나

회사에 재산 증여해 편법 상속 우려

상속 가업 매각제한 기간 줄이고 업종변경도 완화... 제도 취지 훼손

"규제풀기보다 중기에 혜택 집중을"

자식이 아버지의 중소기업 사업을 물려받을 경우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계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하지만 해마다 적용 대상은 넓어지고 요건은 완화되면서 본래 취지와 달리 편법 상속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막대한 세금 때문에 가업을 제대로 물려받을 수 없다”는 아우성 때문이지만, 정작 그 혜택은 덩치 큰 기업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은 2007년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서 ▦2011년 1,500억원 이하 중견기업 ▦2013년 2,000억원 이하 ▦2014년 3,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 데 이어 이달 초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서 다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바뀌었다. 10년도 안 돼서 대상 기업의 매출 규모가 5배나 더 확대된 것이다. 이로써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된 중견기업은 총 2,256곳으로 전체 중견기업(2,505곳)의 90%에 달하게 됐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부분 중견기업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규모가 큰 기업들이 늘면서 공제액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은 50곳 내외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총 공제액은 2008년 40억원에서 2010년 386억원으로 9배 이상 급증한 뒤 이후 3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대상을 늘릴수록 기업들이 공제 제도를 ‘편법 상속’의 도구로 이용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 다는 점이다. 과거 적잖은 국내 기업들이 최고세율 50%에 이르는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차명계좌, 전환사채 발행,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편법을 동원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새롭게 수혜대상이 된 중견기업들도 공제혜택을 보기 위해 오너의 재산을 회사에 증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공제액 상한선은 30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높아진 상태다. 10년 경력의 한 세무사는 “제도가 완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부를 편법으로 대물림 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됐다”며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가업 요건도 크게 완화되는 추세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가업을 물려받은 뒤 사후관리기간은 이번에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됐고, 특히 업종변경 허용 범위도 대폭(세분류 내 →소분류 내) 넓어졌다. “기껏 가업을 물려받는다는 이유로 세금을 감면해줘놓고 업종 변경을 하거나 단기간에 매각을 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선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키기 위해 이미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가업 승계가 활발한 일본은 애초부터 비상장 중소기업만을 공제 대상으로 삼고 있고 독일의 경우, 매출액 제한은 없지만 사업용 자산이 전체 자산의 90% 이상인 기업에게만 공제 혜택을 주는 등 승계 기준이 까다롭다.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 완화 일색에서 벗어나 정말 필요한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독일은 상속세가 최대 30%로 우리나라(50%) 보다 낮은 만큼,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기업들의 공제 혜택이 제한된다. 단순히 외국을 따라가선 부작용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김완일 한양대 교수는 “중견기업들은 상속세를 최대 15년에 걸쳐 나눠낼 수 있는 제도(연부연납제)가 이미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해도 충분하다”며 “공제한도 역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설비나 사업용 부동산 등 특정 자산으로 국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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