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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주인공이 된 느낌"…카스썰에 푹 빠진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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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주인공이 된 느낌"…카스썰에 푹 빠진 10대들

입력
2014.08.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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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PC통신 팬픽서 진화 연예인과 대화 등 가상현실 담아

"귀여니처럼 열기 지속은 의문"

김별(필명 경지혜)양이 연재하는 카스썰의 모습. 왼쪽부터 김양의 카카오스토리 메인화면, 카톡조작 어플을 이용해 만든 도입부, 댓글 형식의 연재물. 캡쳐
김별(필명 경지혜)양이 연재하는 카스썰의 모습. 왼쪽부터 김양의 카카오스토리 메인화면, 카톡조작 어플을 이용해 만든 도입부, 댓글 형식의 연재물. 캡쳐

이성열: 새벽 1시가 돼 가는데 너는 안 오지. 계속 전화해도 안 받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다들 너 찾으러 나갔다.

나: 성열아. 추워서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명수 오빠와 너와의 사이에서 너무 힘들어 들어갈 수 없었어. 덜덜 떨고 있는데, 그런데….

나: 명수 오빠가 내게 다가왔어. 누군가 뒤에서 한쪽 팔로 내 목을 두르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오빠에게 안긴 자세가 돼 버렸어.

여중생 이선민(14ㆍ가명)양이 요즘 푹 빠져 있는 ‘카스썰’의 한 대목이다. 같은 또래 여중생 김별(16)양이 연재하는 이 카스썰은 ‘나’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열, 엘(본명 김명수)이 같은 하숙집에서 지내며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2010년 인피니트의 데뷔 후 지금까지 일편단심 열혈 팬인 이양은 카스썰 속의 주인공이 돼 스타와 대화를 나누는 가상현실에 빠져들었다. 이양은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꺼내놓고 읽다가 여러 번 혼이 났다”면서도 “여주인공이 된 느낌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10대 초중반 여학생 사이에서 카스썰의 인기가 선풍적이다. 학생들은 또래들과 인기 있는 카스썰의 정보를 공유하고, 구독하며 열광한다. 카스썰은 카카오스토리의 줄임말 ‘카스’와 이야기를 뜻하는 은어 ‘썰’을 합친 말로, 작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하는 새로운 형식의 팬픽(Fanficㆍ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소설)을 말한다. 작가는 주로 독자들과 같은 또래이면서 같은 연예인의 팬인 여학생들이다.

1990년대 중반,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팬들이 PC통신 게시판에 쓰기 시작한 팬픽은 2000년 들어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함께 인터넷 소설로 이어졌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SNS 사용자가 크게 늘어나자 이에 맞춰 최근 카스썰로 진화한 것이다. 작가는 ‘카카오톡 조작 어플’로 연예인과 ‘나’의 카카오톡 가상 대화창을 만들어 도입부를 올린 뒤 주인공들이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필명 ‘경지혜’로 유명한 김별양은 “미리 주인공들의 대화를 만들어놓지만 실제로 대화하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1분 간격으로 메시지를 올린다”며 “이렇게 한 편을 올리는데 9시간이 걸려 힘들지만 내 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토리 게재글은 조회수 집계가 불가능해 ‘공유’ 횟수가 인기의 척도인데, 김양의 글은 1건당 평균 4,000회 이상 공유되고 있다.

카스썰을 통해 소설가 꿈을 굳힌 청소년도 있다. 그룹 2AM이 주인공인 카스썰의 작가 남주희(14)양은 “예전에는 글짓기 연습을 해도 평가 받을 기회가 없어 내게 소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는데 카스썰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카스썰은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작가의 아이디만 알면 검색도 쉬워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10대들에게 최적화돼 있다”며 “다만, 귀여니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설만큼 대중문화계 전체를 흔들 정도의 인기를 얻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화된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로 2001년 데뷔한 귀여니(이윤세ㆍ29)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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