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교수회 각각 재선정 추진
1대학 2총장 전대미문 사태 우려
"본부·교수만의 대학 아님 명심해야"
함인석 경북대 총장과 교수회. 마주 달리는 두 열차가 끝내 충돌 일보직전이다. 지난 6월26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이후 제기된 선거 과정의 하자 논란이 총장과 교수회 양측이 제각각 재선거(재투표) 강행 사태로 비화했고, 결국 1대학 2총장후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함인석 경북대총장은 교수회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공고한 ‘경북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을 늦어도 21일까지 공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학본부는 교수회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총장이 직접 선관위 구성과 추천위원을 선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30일 총장선정을 직접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함 총장은 20일 오전 개최한 학장 및 본부 처실장 회의에서 일부 학장들이 새 규정 공포를 만류했지만 “공정한 룰을 만들지 않으면 또다시 시비가 생길 수 있다”며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교수회 측도 별도로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교수회 측이 구성한 총장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경북대 홈페이지에 게시한 총장임용후보자 재선정절차 공고를 통해 총장후보 선정을 위한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29일 또는 내달 4일 열겠다고 밝혔다. 이 공고문은 20일 오전 홈페이지에서 사라졌으며, 교수회 측 의사와 무관하게 함 총장 지시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하면 29일 교수회 주도로 선정된 총장후보자와 30일 함 총장 주도의 임용후보자 1대학 2총장 후보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교육부의 임명 거부와 소송 등 경북대는 걷잡을 수 없는 학내분규로 치달을 수 있다.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확보를 앞두고 총장의 리더십 공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때 ‘한강 이남 최고 대학’ 명성을 얻었던 경북대가 총장후보자 하나 제대로 뽑지 못하게 된 것은 함 총장이 직선제 폐지 과정에서 총장후보자 선출 주도권을 교수회 측에 넘긴 데 대한 불만이 지난 6월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하자를 계기로 표면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북대 교수회 측은 3월31일 규정에 따라 지난 6월26일 8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열어 1순위 후보자로 김사열 생명과학부 교수, 2순위 김동현 화학공학과 교수를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공대 추천위원이 4명으로, 추천위원을 1개 단과대학에 3명까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교수회와 8명의 후보, 대학본부가 ▦재선거 실시 ▦1인 1표제 도입 ▦외부 참관인 허용 등에 합의했지만 본부 측은 지난 11일 합의내용을 일부 수정한 안을 공고했다가 5시간만에 ▦총장연임 허용 ▦필요할 경우 대학본부가 직접 선관위 구성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정을 재공고하면서 교수회 등의 반발을 사 왔다.
게다가 8명의 후보들도 일부는 대학본부안에, 일부는 교수회 측 안을 지지하는 것을 알려져 타협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 전직 본부 보직교수는 “파국을 막으려면 3자 합의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경북대는 본부, 교수만의 것이 아니라 학생 지역사회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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