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직접 와서 2시간 설명 감동"
“최민식씨는 제가 예전부터 존경했던 분이고 정말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습니다. ‘루시’ 출연을 거절했다면 제가 죽였을 겁니다(웃음). 그리고 다른 배우를 선택했겠죠. 최민식씨와는 꼭 다시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 ‘그랑블루’ ‘레옹’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이 배우 최민식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루시’ 국내 개봉(9월 4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는 20일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금발 여성과 대조적인 동양 남성이 필요했는데 한국영화를 좋아하고 최민식을 정말 좋아해서 그를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시’는 인간의 뇌 사용률이 100%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공상과학(SF) 액션 스릴러. 할리우드 톱스타 스칼렛 요한슨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두뇌와 육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여전사 루시로 출연하고, 최민식은 요한슨을 신종 약물 운반책으로 이용하려는 지하세계의 악당 미스터 장 역으로 등장한다. 최민식의 비중은 요한슨 다음으로 크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만큼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최민식은 그 동안 해외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말과 외국어 뉘앙스가 다른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루시’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우리말로 연기한다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뤽 베송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연기 생활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생각했죠. 이 분의 영화 현장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영화 하는 사람은 비슷하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뤽 베송은 최민식을 캐스팅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찾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최민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2시간여 동안 성의껏 설명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출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뤽 베송은 10년 전쯤 암세포를 연구하는 젊은 여성 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루시’를 처음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스릴러이면서 재미있고 철학적인 영화, 제대로 된 콘텐츠를 겸비하는 영화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루시’에는 두 무술감독 신창수, 서정주가 최민식과 함께 출연했다. 베송 감독은 “프랑스는 한국영화에 애착을 갖고 좋아하는 나라”라며 “양국 영화가 문을 열고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최민식은 누적 관객 1,500만명을 넘은 ‘명량’의 흥행에 대한 소감도 잊지 않았다. “얼떨떨하죠.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우리 역사에서 승리의 한 순간을 곱씹어보며 쾌감을 느끼고 반성하며 현실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영화의 사회적 기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영화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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