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방안 등과 함께 다룰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방안은 의제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논의하고 싶은 안건만 가져왔다”며 정부를 탓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는 물론 새누리당도 꽁무니를 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국가혁신 약속이 허망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애초부터 미온적이었다. 올해 초 마련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초안에서 공무원ㆍ군인ㆍ사학 3대 공적연금 개혁을 내년부터 착수하겠다고 마지못해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직접 발표하면서 이를 주요 내용으로 강조, 올 하반기 착수가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7ㆍ30재보선 이후 2016년 총선까지 약 1년8개월 간은 아무런 선거일정이 없다. 대통령으로선 정치권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 기간에 개혁 고삐를 죄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정청 논의가 이런 분위기라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번 정부에서도 또 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일정은 없다지만 실제 정치권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내년 상반기엔 여야가 새 원내대표를 선임하면서 사실상 총선 준비체제를 가동한다. 선심성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보면 국회가 민감한 개혁 입법을 처리할 기회는 오는 9월 정기국회, 내년 상반기 임시국회 정도다. 내달부터 당장 공청회를 열고, 이어 공무원연금 고갈 시점이나 국가보조금 규모 추이 등을 분석하는 재정재계산을 서둘러야 겨우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시동되고, 이후 역대 정부마다 개혁에 나섰으나 번번이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이번에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개혁을 축으로 퇴직금을 올리거나, 연금지급 방식의 변화가 모색되고 있으나 벌써부터 공직사회의 저항이 만만찮다. 공무원노조는 당정청 협의에 맞춰 “밀실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새누리당 공적연금개혁분과를 공격했고, 안행부 고위관계자는 “공무원 급여가 여전히 낮은데다 ‘관피아’ 문제로 퇴직 후 갈 자리도 없어지는 실정”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과다지급에 따른 손실로 이번 정부에서만 공무원?군인연금에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개조를 위한 공공개혁의 교두보로 인식되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부터 욕 먹을 각오로 나서야 한다. 안행부 장관도 직을 걸어야 하고, 야당도 보다 단호한 입장을 갖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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