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 참가차 한국에 온 19개국 55명
민간인 통제구역 통일촌 등 방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에서 밝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대단"


지난 19일 오후,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목인 통일대교 남단에 버스가 멈춰 섰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군인이 버스에 올라 타 인원수를 세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자못 엄숙해졌다. 출입 허가를 받고 통일대교를 건넌 버스는 이내 마을 중심가로 들어섰다. 지난해 개관한 깔끔한 새 건물 통일촌 마을박물관 뒤에는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비한 주민 긴급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고 반공을 상징하는 이승복 어린이의 동상은 잔뜩 녹이 슨 채 아직까지 군내 초등학교 화단에 남아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자리잡은 통일촌은 호젓한 시골 같지만 이처럼 군데군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여러분처럼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나 싶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같은 민족끼리 갈라져서 긴장 속에서 마주하고 사는 곳은 여기뿐입니다.” 경기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 마을박물관 민태승(72) 관장의 말에 19개국에서 온 55명 청년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3회 유네스코 동아시아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 참가자들이다. 이날은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과 통일촌, 도라산 전망대 등 남북 분단의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이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고향을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1973년 8월 통일촌이 조성되면서 다시 입주했다는 마을의 내력과 과거 통일촌에서는 남녀 모두 군사 훈련을 받으며 농사를 지었다는 민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마을박물관에 전시된 마을의 역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마테이 미레티노스키(20)씨는 “통일촌은 남북 갈등의 한 가운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계속 살길 원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4세 김선화(21)씨는 “통일촌에 남아있는 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구가 줄어들 텐데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본 나고야의 조선학교를 다닌 재일동포 김씨는 2년 전 영국 유학을 위해 남한 국적을 취득했다. 김씨는 “그동안 북한으로 3번이나 수학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북한이 익숙했지만 남한 국적을 취득하면서 ‘나의 조국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을박물관 한 켠에 마련된 통일 기원을 적는 색종이에 ‘통일된 조국으로 찾아오길 바라면서 재일동포도 힘을 합치겠다’고 썼다.
마을박물관 뒤편에 자리한 개교 100년이 넘은 군내 초등학교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다 합쳐 50명이 다니는 작은 학교다. 군내 초등학교 교사 기정은씨는 “통일촌 안에 있어서 불안하지 않냐는 시각도 있지만 플루트, 컴퓨터 등 각종 특별활동이 무료로 이뤄져 문산에서도 스쿨버스로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며 소말리아 난민 출신 캐나다인 바쉬르 무하메드(19)씨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현장에서도 아이들은 항상 밝다”며 활짝 웃었다.
파주=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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