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사랑만...' '뻐꾸기...'
과거 숨긴 여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억지스러운 장면에 자의적 내용 난무
상반기엔 부를 좇는 배신이 대세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신사옥을 마련하며 상암시대를 연 MBC는 요즘 자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상암동으로 이전해 제작하는 드라마들이 “세련된 연출과 재미있는 스토리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1등 방송사 MBC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언급하는 드라마가 주말에 방송되는 ‘왔다! 장보리’다. ‘왔다! 장보리’는 17일 38회 방송분의 시청률이 30.4%(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로선 드물게 시청률 30%를 넘긴 것이다. 올해 초 40%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막을 내린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이후 ‘왔다! 장보리’가 오랜만에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이 두 드라마에는 ‘막장 코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왕가네 식구들’이야 이미 방송이 끝났지만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 미혼모, 사기, 협박, 납치 등의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막장드라마로 시청률이 올랐다는 점에서 MBC의 자화자찬이 불편하게 들린다.
‘왔다! 장보리’는 부득이하게 미혼모가 된 장보리(오연서)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면서 가족을 찾는 장면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드라마에서는 장보리뿐 아니라 장보리의 딸인 비단(김지영)이도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온갖 나쁜 행동으로 장보리의 인생을 가로채 살고 있는 연민정(이유리)의 딸이 바로 비단이다. 편모슬하에서 자란 연민정은 자신이 고아라고 주변인을 속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딸까지 부정하고 극악무도한 행동을 일삼는다. 막장 드라마들의 전형적인 패턴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연민정처럼 자신의 과거를 숨기며 드라마를 극한으로 이끄는 캐릭터의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에는 SBS 아침극 ‘나만의 당신’과 KBS 2TV 일일극 ‘천상여자’ 등이 사랑을 버리고 부를 좇는 남자들의 배신을 보여주었다. 하반기에는 과거를 숨기는 여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왔다! 장보리’에서는 비단이가 부모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이 향후 10회 이상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일일극 ‘사랑만 할래’와 KBS 2TV 일일극 ‘뻐꾸기 둥지’도 설정이 유사하다. ‘사랑만 할래’에서는 병원장과 결혼해 부에 대한 욕망을 좇는 이영란(이응경)이 출산 등의 과거를 묻은 채 악행을 저지르고 있고 ‘뻐꾸기 둥지’에서는 백연희(장서희)가 결혼과 출산을 했던 과거가 들통나 이혼 당하는 내용이 그려지고 있다. ‘뻐꾸기 둥지’는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억지스럽고 자의적인 내용이 공영방송을 통해 방영된다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나 제작사들이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와 인물, 내용들이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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