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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듯 특별한 우디 앨런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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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듯 특별한 우디 앨런의 러브스토리

입력
2014.08.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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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실망이야.’

‘매직 인 더 문라이트’를 보고 이렇게 말할 사람들 꽤 있을 듯하다. 팔순을 한 해 앞둔 노장 감독의 여러 걸작들 사이에 이 영화를 놓는다면 ‘한나와 자매들’ ‘맨해탄’ ‘애니홀’ 같은 영화들에 큰 실례가 될 것이다. 범작으로 분류될 이 영화는 앨런의 작품 45편 가운데에서 아마도 중하위권쯤에 위치할 듯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설명하다 보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영화’ ‘낭만적이고 마법 같은 러브스토리’ ‘아름다운 촬영과 매혹적인 연기’ 등 용비어천가 수준의 미사여구를 피해가기 힘들다. 매우 평범하고 뻔하기까지 한데도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우디 앨런의 마법이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진짜와 가짜를 사이에 놓고 두 거짓말쟁이가 벌이는 연애 소동극이다. 때는 1928년, 영국인 스탠리(콜린 퍼스)는 웨이링수라는 예명의 중국인 마술사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눈속임이 업인지라 과학적이지 않은 것은 모두 믿지 않는다. 영혼을 불러내 뭐든지 알아맞힌다는 미모의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도 콧방귀만 뀔 뿐이다. 소피가 가짜임을 증명해내겠다며 사업가로 위장해 남부 프랑스로 향한 스탠리는 냉소와 비꼬기로 일관하다가 자신의 가족에 대한 비밀까지 척척 맞히는 소피에게 별 수 없이 빠져들고 만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우디 앨런이 자신의 최고 흥행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어 다시 한번 192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이번엔 남부 프랑스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간다. 거짓말 같은 사랑이 진짜처럼 펼쳐지기에 안성맞춤인 낭만의 공간에서 진짜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진부한 마법, 바로 사랑이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달콤한 최면을 건다. 1920년대 유럽을 재현한 의상과 차량, 지중해의 쏟아지는 햇살을 화사하게 담아낸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영상, 1920년대의 스윙 재즈가 마술처럼 관객을 현혹한다. 금세 정신 차리고 까맣게 잊어 버린다 한들 잠시 동안은 즐겁게 빠져들 만한 최면이다. 2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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