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서 닷새째 대규모 충돌
흑인 총격 사망 사건으로 시위가 과열되고 있는 미국 미주리주에서 19일 또 다른 흑인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뉴욕 경찰의 제압 과정에서 흑인이 목졸려 숨진 사건까지 새삼 불거져 인종 갈등을 문제 삼는 시위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흑인 시위가 수일째 계속 되고 있는 미주리주 퍼거슨 인근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23세 흑인 남성이 숨졌다고 당국이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경찰은 이날 점심께 도시 서북지역의 상점인 식스스타즈마켓에 강도가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길에서 이 남성을 발견했다. 손에 칼을 든 남성을 향해 경찰은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경고했지만 그는 “나는 지금 죽이라”고 고함치며 오히려 경찰을 향해 다가가다 총에 맞았다.
전날 퍼거슨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 현장에선 시위대가 던진 돌과 화염병, 경찰이 쏜 최루탄 등이 난무했으며 총성도 들렸다. 이날 밤 충돌로 6명이 부상하고 31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경찰이 평화 집회를 막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19일 밤에도 대규모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경찰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위대는 철저한 진상 공개 및 규명과 더불어 퍼거슨에서 숨진 마이클 브라운(18)에게 총을 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을 기소하지 않으면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흑인 인권운동가를 인용해 23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인 에릭 가너(43) 추모 행진에 브라운의 가족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면서 흑백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가너는 지난달 17일 뉴욕에서 경찰에 체포되던 중 목조르기를 당해 숨져 역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편 미주리주 대배심은 20일 이번 사건 진상조사에 들어가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이날 퍼거슨시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어서 향후 사태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주리주 대배심은 경찰 진술과 목격자 증언 등을 들은 뒤 윌슨 경관이 법을 위반했는지, 또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해야 하는지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홀더 장관은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중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만나 수사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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