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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순 우리말

입력
2014.08.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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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젠가 지하철 안에서 ○○안과 광고판을 보는데, ‘안구건조’라고 크게 쓰인 네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안구건조 치료는 자기들이 전문이라는 말인 듯했다. 보통 한자에서 온 어휘가 순우리말 어휘보다 실생활에서 효율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음절수가 짧기 때문이다. 발음할 때와 기록할 때 공히 그렇다. 이것은 한자어를 순우리말로 순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구건조의 경우는 우리말로 바꿔도 음절 수는 변함이 없다. ‘눈알마름’이라고 하면 되잖아. 눈알마름 이상한가. 그런데 자꾸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일전에 돌아가신 국어학자 이오덕 선생님을 뵈었을 때 ‘조림보다 육림’이라고 쓴 식목일 날의 어떤 신문 헤드라인 기사를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듣겠느냐고 성토를 하신 적이 있다. 왜 ‘조림보다 육림’을 ‘심기보다 가꾸기’로 못 바꾸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림보다 육림’과 ‘심기보다 가꾸기’는 음절 수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럴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사실은 매우 드물다는 게 문제다. 한자어 어휘를 우리말 어휘로 바꿔 문장을 만들어보면 대부분 두 배 가까이 음절수가 늘어난다. 짧고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많았으면 좋겠다. 손과 발, 물과 눈 같은 말처럼. 아무도 모르게 소년 같은 마음으로 ‘눈알마름’이라고 적힌 안과 광고판을 기다려보고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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