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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태풍의 눈', 아마존 여전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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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태풍의 눈', 아마존 여전사가 떴다

입력
2014.08.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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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시우바, 환경장관 시절 밀림 보호에 앞장

1차 투표 2위, 결선서 승리 예측

오는 10월 5일 시행될 브라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사회당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
오는 10월 5일 시행될 브라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사회당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

브라질 정치권이 19일부터 대통령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각 후보는 이날 TV와 라디오를 통한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선 캠페인은 10월2일까지 계속된다.

대통령과 부통령, 27명의 주지사, 연방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1, 연방 하원의원 513명 전원, 27개 주의 주의원을 선출하는 투표는 10월5일 시행된다. 대선은 10월5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율 1, 2위 후보가 다음날 결선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결선투표에서는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승리한다.

대선을 포함해 각급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2만4,000명이다. 올해 선거 유권자는 1억4,180만명으로 2010년 선거 때(1억3,580만명)보다 4.4%가량 늘었다. 대선에는 모두 11명이 출마할 예정이지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66ㆍ여) 대통령과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54) 후보, 브라질사회당(PSB)의 마리나 시우바(56ㆍ여)가 3파전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전날 발표한 조사 결과 1차 투표 예상득표율은 호세프 36%, 시우바 21%, 네비스 20%로 나왔다.

브라질 정치권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는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 상원의원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고 결선투표가 시행되면 호세프-시우바 대결에서 시우바가 47% 대 43%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세프-네비스 대결에선 호세프가 47% 대 39%로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시우바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에두아르두 캄푸스를 대신해 브라질사회당(PSB)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

시우바는 1958년 2월8일 브라질 북서부 아크리 주(州) 히우브랑쿠 시(市)에서 태어났다. 아마존 삼림지역에 속하고 페루와 국경을 접한 아크리 주는 브라질에서도 오지로 불린다.시우바는 포르투갈계와 아프리카계 이민자의 후손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피를 물려받은 셈이다.

본명은 ‘마리아 오스마리나 마리나 시우바 바스 지 리마’ 또는 ‘마리아 오스마리나 시우바 지 소우자’로 알려졌다. 현재 이름 ‘마리나 시우바’는 과거 선거에 출마할 당시 친척의 권유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우바의 형제는 원래 11명이었으나 8명이 살아남았다. 브라질 북동부 빈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생긴 각종 질병으로 셋은 일찍 사망했다. 어머니도 시우바가 14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우바 역시 어릴 때부터 간염과 말라리아, 홍역 등 온갖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한 시우바는 이른 나이에 사회운동에 눈을 떴다. 10살 때부터 빈곤가정을 돕는 사회단체에 참여했으며, 15살부터 가정부 일을 하며 독학으로 1년여 만에 글을 깨쳤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사회운동, 군사독재정권 시절(64∼85년)의 반정부 조직 활동 경험은 자연스럽게 정치에 눈을 뜨는 동기가 됐다.

시우바는 84년 아크리 연방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현재 브라질 최대 노동단체로 꼽히는 중앙노동자연맹(CUT) 아크리 지부에서 활동했다. 이후 가톨릭계의 권유로 85년 노동자당(PT)에 입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가 출신의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만나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다.

시우바는 86년 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러나 88∼90년 히우브랑쿠 시의원, 90∼94년 아크리 주의원을 거쳐 94년 선거에서는 최연소(36세)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2002년 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2003년 브라질 사상 첫 중도좌파 정권을 출범시킨 룰라 전 대통령은 시우바를 환경장관에 기용했다. 시우바는 룰라 정부에서 개발 논리를 앞세우는 각료들과 수시로 충돌하면서도 아마존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 ‘아마존의 여전사’라는 별명은 이때 생겨났다. 시우바는 당시 지우마 호세프 수석장관과도 충돌했다. 아마존 지역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고, 이는 시우바가 룰라 정부와 노동자당을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우바는 2008년 환경장관직을 사임하고 녹색당(PV)으로 옮겼다.

아마존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우바는 ‘환경보호와 개발의 조화’를 모토로 내걸고 2010년 대선에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 노동자당의 호세프 후보(46.91%)와 브라질사회민주당의 주제 세하 후보(32.61%)에 이어 19.33%의 득표율로 3위를 기록했다. 시우바는 당시 대선에서 비록 3위에 그쳤지만, 2,000만 표 가까운 득표력을 보이며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시우바는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정치ㆍ사회단체 연합체 ‘지속가능 네트워크’를 결성해 올해 대선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속가능 네트워크’가 정당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연방선거법원의 해석 때문에 독자적인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자 브라질사회당과 손을 잡고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

캄푸스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시우바는 호세프 대통령과 또 한 번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러나 이번은 2010년 대선과 상황이 다르다. 지지율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호세프 대통령을 꺾을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시우바가 이번 대선에서 ‘태풍의 핵’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언론은 “2014년 대선은 시우바의 손에 달렸다”며 대선 판세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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