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에 걸려 차들이 멈추면 11살 렌조는 9살 동생과 함께 건널목 한복판으로 달려나가 비보잉(B-Boying)을 한다. 말 그대로 브레이크 타임의 브레이크 댄스다. 신호가 바뀌면 공연은 끝난다. 물론 관객도 바뀐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건널목 공연을 시작한다는 형제는 운전자나 관광객들로부터 하루 평균 7달러를 번다. 18일 페루 리마의 보르자 거리.
비보잉이 가장 격렬한 춤인 까닭은 미국 거리의 청소년들이 저 춤의 배틀(battle)로 제 구역(아마도 자긍심)을 지켰고, 그러면서 동작들도 더 격하게 더 어렵게, 다시 말해 더 멋지게 꾸며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70년대 라틴 경제의 피폐와 불법 이민 러시, 흑인과 히스패닉 청년들의 치열한 각축의 사연이 저 춤에는 서려 있다.
그래도 춤은 춤이다. 터클을 막 펼치려는 듯한 렌조의, 고됨을 미소로 얼버무린 저 표정이 그걸 말해준다. 그는 지금 가난한 부모를 돕기 위해 저 춤을 추지만, 내심 동생과의 배틀을 즐기는 중인지도 모른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리마=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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