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안전특별시’를 0순위 공약으로 내걸고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취임 후 첫 일정도 지반침하 가능성이 제기된 석촌호수 일대로의 안전행보로 잡았다. 박 시장은 당시 현장을 둘러보곤 2중, 3중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지만, 취임 후 채 50일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서울시민은 바로 그 지반침하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는 동공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석촌지하차도 아래에서 동공 5개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발표하며 주변 상가나 주택가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그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는 동공 추가 발견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숨겨왔던 서울시가 자초한 것이다.
시는 이날 지역 국회의원의 현장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부리나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잡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하철공사 담당 서울시 관계자는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캐묻는 기자에게 “동공이 나올 때마다 발표하면 시민이 불안해하니 종합대책이 마련되면 한꺼번에 밝히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지 불안감이 조성될까 걱정돼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을 알리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지하 동공의 개수나 규모 보다, 있는 그대로를 발표하려고 하지 않는 서울시에 더 불안해하고 있다.
석촌지하차도 아래에 길이 80m의 동공이 발견된 직후 서울시는 그 원인을 지하철 9호선 공사에 사용된 실드공법이라 적시하며 이 모든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시는 해당 공사가 책임감리제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책임과 보완공사비는 전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아직 명확한 원인 규명이 나오기도 전 서울시는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 전가시키며 발뺌하기에만 급급해 보였다.
지하철 9호선 건설은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로 그 관리감독 책임은 당연히 서울시에 있다. 또 시는 이미 석촌지하차도 인근 연약지반의 동공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리 안전을 외친들 이렇게 사고가 나면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서울시를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는가.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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