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수익 3%대… 정기예금보다 낮아 원리금 보장방식으론 수익 기대 못해
금융사들 특화 펀드 등 다양한 상품 개발, 수익률 높여야 경쟁서 살아 남아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한 축으로 떠오르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정부의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따라 현재 85조원대 시장이 100조원, 200조원대 거대시장으로 급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금융권 최대 핫이슈로 떠오른 것.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은행을 비롯해 은퇴시장을 집중 공략중인 생명보험사, 퇴직연금 시장을 새 수익원으로 꼽는 증권사 등 전 금융사들은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특히 회사가 퇴직금을 맡겨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에서 근로자들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으로, 또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으로 큰 흐름이 옮겨갈 전망이어서 이젠 금융사 간에 성적표 격차가 극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낮아지는 수익률
사실 지금까지 퇴직연금 판매 경쟁은 암암리에 이뤄져 온 측면이 많다. 금융사들은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을 받아왔고, 경영진이나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물밑 로비도 적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정작 퇴직연금 선택의 핵심인 수익률은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 올 2분기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0%대에 머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확정급여(DB)형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2분기 수익률이 ▦은행 0.73~0.81% ▦생명보험 0.79~0.94% ▦증권사(13개) 0.72~1.05% 등 대부분 금융사가 1%를 넘지 못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4%에도 못 미치는 수준. 지난해의 경우에도 연간 수익률은 적게는 2% 후반대, 많아도 4% 초반대에 머물렀다. 저금리 때문이라는 구실이 있긴 해도 금융사가 운용을 위해 떼가는 수수료(연평균 0.7%)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은 정기예금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리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시중은행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금리까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원리금보장 방식으로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액 중 92.6%가 예금, 저축성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 가입을 독력하고 위험자산 투자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 실제 1992년 DC형 퇴직연금을 전반적으로 도입한 호주의 경우 작년 수익률이 평균 17.5%에 달했다. 퇴직연금의 30% 가량이 호주 주식에 투자됐는데, 지난해 호주 증시가 15% 넘게 급등한 덕이었다.
금융회사 차별화 본격화한다
하지만 고수익의 기회가 늘어나는 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는 얘기. 게다가 점점 공모 절차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물밑 로비와 안일한 운용으로는 금융사들이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승부를 가늠할 지표는 역시 수익률. 금융사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펀드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 10개도 안 되는 펀드만 제공하고 알아서 선택하라는 식으로는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C형을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사업자인 금융사들이 충분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며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퇴직연금만을 위한 특화된 펀드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상품판매만이 아닌 고객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 제공하며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화생명은 퇴직연금 개시 이후에도 고객이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생기는 경우 연금 수령을 중단할 수 있도록 ‘Stop&Go(스톱앤고)’ 옵션을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국내도 이젠 수익률을 높이는 포트폴리오에, 자산운용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는 금융회사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서서히 금융회사간 차별화 양상도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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