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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의 길 위의 이야기] 모병제 생각

입력
2014.08.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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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올해 열 살이다. 십년 후면 군대를 갈 나이. 동생은 벌써부터 진땀이 난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소집 대상의 98%가 현역 입대일 거라는데, 양으로건 음으로건 튀는 젊은이들이 오죽 많을까. 군대 자체가 지뢰밭일 게 뻔해 우리 애만은 무사할 거라는 믿음이 도저히 안 생긴다는 것이다. 동생은 이 불안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말을 꺼내봤잖아? 완전 이상한 아줌마 취급이더라고.”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되고 사회생활도 잘 하지, 라며 식상한 설교를 늘어놓은 건 오십 대 상사. 저는 지낼 만 했는데요, 라며 심드렁히 대꾸한 건 삼십 대 직원. “그럼 맞거나 때리지 않았냐고 물어보니까, 얼차려 없이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겠냐는 거야. 뭘 모르면 가만있으라는 식이더라니까.” 알면 안다고 입 닥치고 모르면 또 몰라서 입 닥치라니, 그럼 아이들은 어쩌라고? 그리하여 군대에 대해 ‘뭣도 모르는’ 두 여자는 흩어진 정보를 주워 모아 열띤 대화를 나누다 모병제에 마음이 기울었다. 첨단무기 시대인데 설령 전쟁이 난다 해도 머릿수 중심으로 싸우겠어? 어중이떠중이들보다 의지와 기술을 지닌 정예를 현장에서조차 더 원한대. 충원해야 할 세금도 찬찬히 따져보니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던데? 지난 대선 때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땐 무심코 흘려버렸는데, 다음 선거에서도 이 공약이 나온다면 그 기호에 도장을 찍으련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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