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9일부터 골프, 조상 성묘 등으로 역대 총리 중 가장 긴 수준인 약 2주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아사히신문은 2000년대 이후 일본 정권의 안정도는 총리의 여름휴가 길이와 비례한다고 분석했다.
19일 이 신문에 따르면 2001년부터 5년5개월간 장기집권한 고이즈미 총리는 재임 중 최장 2주간 여름휴가를 보내며 음악감상, 고교야구 관전 등을 했다. 그러나 보통 1년 주기로 교체된 고이즈미의 후임자들은 대체로 여름휴가가 짧았다.
2006~2007년 1년 단명 정권으로 끝난 첫 총리 임기 때 아베 총리의 여름휴가는 불과 이틀이었다. 그의 후임자였던 후쿠다 야스오는 6일을 쉬었고, 그 뒤 아소 다로는 중의원 선거까지 준비하느라 아예 여름휴가를 갖지 못했다. 이어 민주당 정권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 가운데 간 전 총리가 6일 휴가 간 것이 최장이었다. 노다 전 총리는 2012년 수일간의 여름휴가를 얻었지만 거의 총리관저에서 보냈다.
아베 총리가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정권이 2012년 12월 출범 이후 대체로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2주 정도 관저를 비워도 별 문제가 없다’는 여유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의 여름휴가 일정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겹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경우 아베가 8월10~20일, 오바마는 8월9~16일이었으고, 올해는 아베가 지난 9일부터 2주, 오바마 대통령이 9일부터 24일까지 일정이다. 휴가 중에 골프를 즐기는 것도 닮았다.
다만 아베 총리는 복귀하는 대로 한국ㆍ중국과 관계 개선, 일본인 납북자 문제,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소비세율 추가 인상 결정 등 풀어야 할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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