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8.5% 황귀남씨 주총 소집
55년 역사의 선풍기 명가인 신일산업을 둘러싼 적대적 인수합병(M&A) 불길이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적대적 M&A 측에서 신일산업의 대표이사를 교체하겠다고 나섰다.
신일산업의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개인투자자인 황귀남 노무사 측은 18일 신일산업의 송권영 대표이사 교체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다음달 20일 이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황 씨측은 기존 대표를 해임하고 LG전자 출신의 새로운 대표를 추천할 계획이다. 황 씨측 관계자는 “LG전자 출신 전문 경영인을 신임 대표로 내세우기 위한 주총을 현 대표 해임 주총과 별개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59년 설립된 신일산업은 국내 최초로 전기모터를 개발해 1970, 80년대 선풍기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업체로, 제습기 히터 믹서 등 소형가전 시장까지 진출해 지난해 매출 1,202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창사 이래 최대인 143만대의 선풍기를 판매했다.
이 업체가 적대적 M&A에 휩싸인 것은 올해 초다. 신일산업이 충남 서산에 토지를 구입해 공장을 지었는데, 이 지역에서 기업 상담 등을 주로 해온 황 씨가 이를 눈 여겨 보고 주식 매입에 나선 것이다. 현재 황 씨는 공동소유 지분까지 합쳐 18.58%로 최대 주주다. 반면 사측은 김영 회장을 비롯해 우호지분이 약 10%다.
황 씨 측에서 적대적 M&A에 나선 이유는 기존 경영진이 한 번도 주주 배당을 하지 않았고, 종업원 임금도 동종업계보다 적게 주면서 경영진의 이권 확대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황 씨 측 관계자는 “경쟁력이 높은 기업인 만큼 주주 배당도 충분히 하고 임금도 올려서 소형가전의 대표 기업으로 만들어 적대적 M&A의 좋은 선례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황금낙하산 조항이다. 2004년 금호산업이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때 신일산업이 방어차원에서 마련한 이 조항은 현 경영진이 물러나면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따라서 현 대표 교체 시 이 조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 황 씨 측 관계자는 “해당 조항이 걸림돌이어서 일반 주주들의 우호 지분을 모아 정관 변경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일산업측은 최대한 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회사측 관계자는“임시 주총이 제대로 열릴지 지켜봐야 한다”며 “내주 초에 임시 주총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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