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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조성되면 개성-평양 고속道 개보수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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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 조성되면 개성-평양 고속道 개보수 돕겠다"

입력
2014.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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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 대형 인프라 투자 제시… 상시적 대화채널 구축 계획도 밝혀

DJ 조화 등 남북 잇단 유화 제스처… 北, 을지훈련 후 고위급회담 응할 듯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한 정부의 '2014 을지연습'이 시작된 첫날인 18일 서울 서초구 구룡터널 앞에서 민·관·군·경 합동으로 터널폭탄테러 대비 훈련이 펼쳐지고 있다.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진행되는 올해 을지연습에는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 등 3,700여개 기관에서 모두 48만여명이 참가한다. 뉴시스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한 정부의 '2014 을지연습'이 시작된 첫날인 18일 서울 서초구 구룡터널 앞에서 민·관·군·경 합동으로 터널폭탄테러 대비 훈련이 펼쳐지고 있다.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진행되는 올해 을지연습에는 시·군·구 이상 행정기관 등 3,700여개 기관에서 모두 48만여명이 참가한다. 뉴시스

정부가 18일 남북관계가 호전돼 여건이 조성되면 연내라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ㆍ보수 사업 등 호혜적 경제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19일로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불발됐지만,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후 이 제안에 호응해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여건 조성 시 개성 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검토”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 2014년도 시행계획을 보고하면서 여건 조성 시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북한 수산업 지원 ▦남북해운 활성화 추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여건 조성 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대북 대형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민생 인프라 협력’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또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교역 재개 ▦기존 경협사업 재개 ▦신규 경협사업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남북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기 위한 고위급 대화 채널을 개설해 정례화하고 분야별 실무 회담 활성화도 도모하는 계획도 보고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북 구상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와 그에 따른 5ㆍ24 제재 조치 해제, 북핵 문제 진전 등 여건 조성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어서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남북관계 진전 이후에 추진 가능한 경제협력 차원의 로드맵을 구체화함으로써 북측의 호응을 유인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UFG 이후에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

당장 남북 관계의 관건은 고위급 접촉 여부다. 우리 정부가 19일 개최하자고 제안한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측이 이날까지 아무런 응답을 해오지 않음에 따라 일단 불발됐다. 그러나 전날 북측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화환과 조의문을 전달한 데 이어 이날은 우리 정부가 대북 인프라 투자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남북이 ‘핑퐁 게임’하듯 대화 공세를 펼치고 있어, 대화 재개 가능성은 일단 살려둔 모습이다.

북한이 이날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핵전쟁 선전포고’라며 반발하고, 전날 화환을 전달하러 개성에 온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도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는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지만, 고위급 접촉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통전부장을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최소한 북측에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을지 연습 기간이 끝나는 때에는 어떤 긍정적 신호가 (북에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UFG 이후 북측의 호응으로 고위급접촉 성사돼 자연스럽게 유화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간 ‘대화와 군사훈련을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북한이 명분상 UFG 기간에 고위급접촉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군사훈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화 국면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우리 정부가 교황 방한을 계기로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고 특히 오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경제협력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가 어떤 생각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고위급 접촉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통일부는 이날 김의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어떠한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측이 통지문을 통해 밝힌 바 있듯이 19일 회담 개최가 어렵다면 원하는 날짜를 제안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북한은 5ㆍ24 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테이블에 나와서 남북 간 협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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