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잠실구장에서 경기도 판교에 있는 스튜디오로 바뀌었지만 그의 몸엔 아직도 LG의 피가 흐른다. 지난해까지 10년간 LG의 전속 중계 아나운서로 활약했던 안준모(38)씨는 올해부터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로 옮겨 마이크를 계속 잡고 있다.
그의 ‘고정 팬’들도 이제 LG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대신 오후 6시30분이 되면 인터넷이나 모바일 주소 창을 두드린다. 철저한 편파 반송을 했던 LG 때와 달리 객관적인 중계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아프리카 방송 측은 안씨에게 예상 밖의 제안을 했다. “제 스타일대로,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고요.”톡톡 튀는 안씨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자리를 깔아준 것이다. 야구와 음악, 토크가 결합된 BJ(Broadcasting Jockey)로 영역을 넓혔다. 프로그램명도 ‘안준모의 뮤직볼’이다. 단, 야구를 보는 시선만은 좀 더 냉정해졌다. “LG 소속일 때는 가족 같은 느낌으로 응원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3자적인 입장에서 보려 합니다.”
MBC 청룡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니며 LG 골수 팬이 된 안씨는 2003년 LG의 장내 방송 캐스터 모집에 지원했고,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LG만을 목 놓아 외쳤다. 그 길이 10년의 세월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집보다 잠실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보고 팬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는데 30대를 LG와 함께 보냈네요.”기쁨은 나누면 두 배, 슬픔은 반이 된다고 했듯 누군가 자기 편을 들어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LG가 처음 시도한 편파 중계는 그래서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구단의 방침에 따라 지난 시즌을 끝으로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서운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죠. 구단 자체 중계는 LG가 국내 구단 가운데 최초로 시도해 여러 구단이 벤치마킹 했는데, 65년 간 LA 다저스 중계를 한 빈 스컬리처럼 LG의 명물로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었거든요.”
안씨는 새로운 곳에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류현진(LA 다저스) 중계와 유럽축구(EPL), 동계올림픽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며 아프리카 TV의 간판으로 활약 중이다. LG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을 위해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까지 맡아 심도 있는 분석까지 곁들인다. 본업인 외국계 생명보험 회사에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아직 생소한 종목은 공부도 많이 해야 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즐거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우리나라 프로야구 중계가 메이저리그나 유럽축구 팀들처럼 각 팀마다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좋겠어요.”
무대는 옮겼지만 안씨의 마음의 고향은 그래도 LG다. “10년간 중계하면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성적이었는데 지난해 소원을 풀었죠. 올 시즌은 어렵게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과 팬들 모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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