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 업무 이원화 시대' 기재부, 비효율 개선 방안 토론회
“보고의 첫 단계가 부총리께서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실무자 입장에서는 ‘술래잡기’ 입니다. 보고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관건이거든요. 국장 찾으려고 비서에게 물어보고, 과장 찾으려고 수소문하죠. 두 분 다 서울에 있으면 찾기가 어렵습니다.” (K 사무관)
“서면보고, 영상보고를 하라고 해도 굳이 올라가는 게 좋겠다면서 (서울로) 올라가시는 분들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도 굳이 올라왔으니 들어주실 거구요. 원칙을 지켜주셔야 영상보고가 활성화될 겁니다.” (P 사무관)
휴일인 17일 오후 국립세종도서관 대회의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재부 1ㆍ2 차관, 실ㆍ국장, 과장, 사무관, 그리고 주무관까지 기재부 직원 80여명이 모여 앉아 ‘끝장 토론’에 나섰다. 주제는 ‘세종시대 업무 효율화 방안’. 서울과 세종으로 이원화된 업무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부처 내 업무 비효율 문제를 개선하자며 최 부총리가 직접 마련한 자리였다. 최 부총리는 회의 모두에 “업무효율화 방안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정책 생산공장은 세종시에 있는데 생산보다 정책을 팔러 다니는데 시간을 길바닥에 다 보내고 있는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특히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의 자산이므로 물리적 거리를 탓하며 혁신을 거부하는 관행과 타성은 고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의 의도대로 참석자들은 거침없고 직설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한 사무관은 “부총리께서 두꺼운 참고자료는 화를 내줬으면 좋겠다”며 “참고자료는 안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 없다고 말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이메일을 보안 문제 때문에 본인 휴대폰으로 볼 수가 없는데 마치 인터넷 쇼핑을 할 때 한국에서만 보안카드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안과 현실적 필요성이 조화되도록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C 국장) “내부에서 모이는 회의는 자제해주시고 중요한 사안은 개별적으로 보고를 받아주시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W 과장) 등 직급에 관계없이 다양한 얘기들이 나왔다. 특히 “이동시간 최소화를 위해서 서울역 인근에 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회의실을 마련해 달라” “국회 보고를 위해 여의도 근처에서 모텔, 여관 등에서 자는데 이 부분은 시스템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등의 현실적인 의견들도 많았다.
국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요구들도 쏟아졌다. 노조 한 간부는 “부총리께서 의원 생활도 오래 했고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 (행정부의 권한을)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에 따라 각종 국회 회의는 주요 간부만 출석하고 부총리에 대한 대면보고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매주 진행하던 기재부 내 확대간부회의는 격주로 운영하고, 일요일 오후 진행하던 1차관 주재 정책전략회의 역시 금요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국회 인근에 오피스텔 등 시설을 임차해 국회 출장자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날 회의가 얼마나 현실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다른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숱하게 제기됐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흐지부지됐던 얘기들이 상당수”라며 “최 부총리의 강한 의지, 그리고 다른 부처의 적극적인 동참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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