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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대일 관계 개선’ 일단 말문은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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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 ‘대일 관계 개선’ 일단 말문은 텄다

입력
2014.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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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임을 환기한 후 “양국은 새로운 50년을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 우호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국 간에 남아 있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똑 같이 ‘과거사의 상처 치유’를 언급했지만, 강도 높은 대일 비판을 이어간 지난해 경축사와는 달리 대일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미래지향적 우호협력 관계’를 강조한 것은 커다란 차이다. 박 대통령이 이 정도로 일본에 화해 손짓을 한 것은 취임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이런 자세 변화는 분명한 현실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경축사는 양국이 오래 전부터 이어온 ‘문화ㆍ정서적 교류의 전통’ ‘양국 관계를 견고하게 지탱한 양 국민의 상호 이해와 교류’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관계의 경색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양 국민 사이의 이해와 교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에둘러 환기한 것이라고 볼 만하다.

양 국민의 상대국 인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악화하고 있다는 국민의식조사 결과가 잇따라 전해지고, 양국 내부의 상호 반일(反日)ㆍ혐한(嫌韓) 인식의 확산도 날로 뚜렷하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양국 정치관계의 복원력조차 떨어져 막상 적극적 관계개선에 나서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경축사는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의 마음을 갈라 놓고 상처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겨냥한 말이지만, 같은 지적이 국내에서 제기되지 말란 법도 없다.

박 대통령이 여러 과거사 쟁점 가운데 군대위안부 문제를 특별한 예로 든 것도 눈에 띈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그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거듭 강조하면서 “이런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관계가 견실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단언하다시피 했다. 그 동안 양국 전문가그룹이 여러 차례 진단한 ‘원 포인트 해결’에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 공감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국장급 협의에 힘을 실어주는 언급이기도 하다.

이로써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등 양국 정치관계의 경색을 풀어갈 실마리는 던져졌다. 박 대통령의 태도가 걸림돌이라는 일본의 변명은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됐다.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고, 일본 정부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상대의 작은 변화라도 적극 평가하려는 마음가짐이 한일 양국 모두에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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