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 명령에도 불구, 퍼거슨시 흑인 청년들이 중무장한 경찰관이 버티는 거리로 뛰쳐나온 건 소수 백인이 다수의 흑인 위에서 인종차별적 특권을 누려온 것처럼 비쳐지는 이 지역 특유의 사회구조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퍼거슨시의 경우 전체 인구 10명중 7명이 흑인인데도, 지방권력인 시 의회와 시 경찰은 70% 이상을 백인이 차지할 정도로 인종간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산층 백인 거주지였던 퍼거슨시 등 미주리주 세이트루이스 주변이 흑인 거주지로 급속히 변했는데도, 지방 권력은 백인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취지의 심층기사를 내보냈다.
NYT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 일대 소도시는 20년전만 해도 백인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북부 공업지대로의 이주를 원하는 남부 출신 흑인의 유입이 늘면서 2000년대부터는 흑인 거주지가 됐다. 90년에는 2만2,000명 인구 중 73.8%가 백인이었으나, 2000년에는 44.7%로 줄었고 2010년에는 29.3%로 감소했다. 빈 자리는 흑인(2010년 67.4%)이 차지했다.
그런데도 퍼거슨시의 행정력 등 주요 권한은 백인에게 집중돼 있다. 시장도 백인이고, 6명 시의회 의원 중 5명이 백인이다. 전체 53명인 시 경찰관 중 흑인은 3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최근 20년간 대다수 흑인들은 지방정부 의사 결정과정에서 소외됐고 차별을 받아왔다. NYT는 올해 4월 7명 전원이 백인으로 구성된 이 지역 학교운영위가 흑인 관리자를 이유 없이 내쫓아 흑인 사회가 분개한 걸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지역에서 33년 거주하고 있는 흑인 노동자 가르란드 무어는 “이번 소요는 감당하기 힘든 짐을 얹으면 낙타 등이 부러지는 것처럼 백인들에 대한 흑인들의 불만이 누적돼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타지에서 이주한 흑인들의 낮은 애향심과 쉽게 개선되지 않는 낮은 투표 참여율 등도 문제라는 반론도 나온다.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면서도 의회, 경찰을 백인에게 내준 배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애기다. 실제로 제임스 나울레스 퍼거슨 시장은 최근 흑인 유권자의 시장 선거 투표율이 12%에 그친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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