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협의 거쳐 일반고 전환 신청 진보교육감 공동 공약 후 첫 사례
자율형사립고인 광주 숭덕고가 학생 선발 방식 등을 놓고 광주시교육청과 갈등을 빚다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6ㆍ4지방선거에서 자사고 폐지를 공동 공약으로 내걸었던 진보 교육감 취임 이후 일반고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숭덕고는 내년 재평가 대상으로,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11개 자사고(서울 지역 14개 제외)는 모두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 상태다.
숭덕고는 “지난 15일 학부모 총회와 긴급 이사회를 잇달아 열어 일반고 전환을 결정해 전체 학부모에 통보했으며 16일 시교육청에 전환 신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18일 공문이 접수되면 숭덕고와 일반고 전환에 따른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학내 협의가 마무리된 만큼 행정절차를 밟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시교육청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숭덕고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면접 등 학생 선발권을 강화한 자기주도학습 전형 방식을 포함시켰다가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당초 광주지역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30% 이내 학생만 지원 가능했지만, 시교육청은 성적 제한 규정을 폐지하도록 했다. 올해 재평가 대상인 광주 송원고는 이 조건을 받아들여 자사고로 재지정될 수 있었지만 숭덕고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이달 14일 성적 제한 규정을 없앤 내용으로 숭덕고 모집 요강을 직권공고했고, 숭덕고는 자사고 지정 자진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됐다. 광주 지역 자사고는 송원고, 숭덕고, 보문고 3곳이었지만 2012년 보문고가 신입생 미달 사태 등으로 일반고로 전환했었다.
학교 측은 “시교육청의 현행 자사고 정책으로는 내년 자사고 평가 때 지정 연장이 안될 것이 뻔하다”며 “남은 1년을 혼란스럽게 보내는 것 보다는 일반고로 전환해 더 좋은 교육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반고 전환이 승인되면 숭덕고는 내년도 신입생부터 광주지역의 다른 일반고와 같이 추첨 방식으로 신입생을 배정받게 된다.
숭덕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으로 재학생들의 대규모 전학 사태 등이 우려된다. 기존 재학생들은 졸업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지만 성적 우수자만 선발했던 메리트가 사라진 마당에 내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조건부 재지정을 받은 송원고 역시 사정은 비슷해 기존 재학생들이 전학 등으로 이탈할 경우 일반고로 전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진보 교육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교육불평등, 자사고의 입시위주 교육과정, 일반고 위기 등을 이유로 자사고 폐지론을 펴고 있어, 숭덕고 사례는 재평가를 앞두고 있는 서울 지역 14개 자사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숭덕고는 “면학 분위기를 위해 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교육청의 전형요강 직권공고와 학교 측의 일반고 전환 신청을 둘러싼 후유증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숭덕고 학부모 한모(48)씨는 “학교 측의 설명을 듣고 ‘멘붕’에 빠진 상태”라며 “아이의 전학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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