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지급률 낮추고 등록금 인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학교가 장학금 지급률 등 약속을 어겼다며 2학기 등록금 납부를 무기한 거부하고 나섰다. 학생들이 등록 거부를 결의한 것은 2008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건국대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총 인원 126명 중 110명이 투표에 참여, 103명(93.6%)이 찬성해 ‘무기한 등록 거부’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송경재(27ㆍ1학년)씨는 “입학설명회 때 장학금 지급률이 75%라고 이야기해 놓고 합격 직후 지급률을 크게 낮추더니 등록금까지 올려 황당했다”고 학교를 비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건국대 로스쿨은 2009년 개원 당시 설립 인가조건으로 ▦장학금 지급률 75% ▦등록금 의존율 40% 이하 유지 ▦3년 내 재단 전입금 83억여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건국대 재단은 로스쿨에 5년간(2009~2013년) 52억8,000여만원밖에 지원하지 않았으며 올해 3월에는 ‘장학금 현실화’라는 명목으로 장학금 지급률을 40%로 낮추고 등록금을 9.8%나 인상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는 4일 설립 인가조건 위반을 이유로 건국대 로스쿨에 2015, 2016학년도 모집인원을 40명에서 39명으로 1명 줄이고, 예산지원을 삭감하는 내용의 행정제재 조치를 했다. 교육부는 또 18일까지 인가조건 위반에 대한 시정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는 로스쿨이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마땅한 시정계획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태진 건국대 로스쿨 행정실장은 14일까지도 “학교 본부와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5~17일은 연휴여서 시정계획 제출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의 반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2013년 기준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원 연봉현황’에 따르면 건국대 로스쿨 전임 교수 29명 중 19명(65.5%)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 유상우 건국대 예산기획팀 팀장도 “적자 중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라며 긴축재정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종윤(2학년) 건국대 로스쿨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을 가르치는 곳에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측이 인가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등록을 끝까지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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