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경제시스템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방한 중인 교황은 어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를 ‘1대 99 사회’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 대해 이전 교황들과 달리 매우 적극적인 비판을 제기해왔다. 대전 강론 역시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새삼 일깨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래 ‘파격적인 행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다시피 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가 현 글로벌 경제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단호한 거부의 표명이다. 지난해 말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을 제치고 경제전문지 포춘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꼽힌 것도 가장 나직한 목소리로,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 ‘나쁜 경제’의 위험을 경고해왔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 등에서 오늘날의 세계 경제시스템을 ‘배제의 경제(an economy of exclusion)’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불평등을 최대의 문제로 꼽았다. 배제의 경제란 강한 자들이 약자를 억누르고,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착취하는 부조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산과 정보통신(IT)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인구의 대다수가 아예 생산과정에서 배제되고,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짚은 것이다.
배제의 경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세계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아예 일자리를 갖지 못해 결국 폭력적 저항을 초래하기 쉽다. 교황이 지난해 브라질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젊은이들이 가난에 맞서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문하고, 올해 초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통해 “국가가 빈자와 부자 간의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도 시스템 개혁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빈부격차와 청년 일자리 감소 등 배제의 경제에 따른 구조적 부작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각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섣불리 독자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 어렵다. 교황의 강론과 기도가 국제사회를 움직여 언젠가는 ‘글로벌 경제시스템 보완에 대한 선언’ 같은 보편적 준칙을 낳고, 그걸 바탕으로 각국이 실질적 개혁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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