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IS포위망 뚫어... 사태 호전"
현장 파견 군사고문단 조만간 철수
버티던 알 말리키 총리 결국 퇴진 美, 정파 아우르는 정부 구성 촉구
미군이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 국가(IS)’의 포위망을 뚫고 야지디족 난민 구출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여름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군의 전문적 기술과 (난민구출에 대한) 미국인의 관대함을 바탕으로 IS의 포위망을 뚫었다”며 “야지디족이 고립됐던 신자르산의 상황이 상당히 개선돼 난민 공중수송을 위한 추가 작전이나 구호품을 공수하는 것도 더 이상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신자르산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파견됐던 군사 고문단 대부분이 조만간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IS의 위협과 포위로 이라크 북부 신자르산에 갇힌 야지디족 탈출로 확보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이달 12일 미 해병대와 특수부대원 중심의 군사고문단 130명을 파견했고, 그 중 20명 미만의 요원이 신자르산 현장에 투입됐다.
이번 탈출작전 성공에도 불구, 오바마 대통령은 “반군을 겨냥한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소수계 기독교도나 무슬림 주민에 대한 IS 위협이 여전해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 성명 이후 미군은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군과 대치 중이던 IS의 무장 트럭 2대와 지뢰방호차량(MRAP)을 전투기와 무인기로 공습해 파괴했다. 이라크군도 바그다드 북쪽 90㎞에 있는 둘루이야 인근 공항과 동부 디얄라주에서 공중지원을 받아가며 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 최소 23명의 반군을 사살하고 차량 5대를 파괴했다.
한편, 국내외 퇴진 압력에도 버티던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3선 연임을 포기했다. 그는 14일 밤 방송된 TV연설에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 지명자와 함께 출연, “총리직을 알바이디 지명자에게 넘겨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의 정치 발전과 정부 구성을 위해 물러난다”며 “국가의 중요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떤 유혈사태도 촉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알아바디 총리 지명에 반대해 푸아드 마숨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말리키 총리는 4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시아파 법치연합이 최다 의석을 얻으며 3선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IS 반군의 급격한 세력확장으로 이라크가 분열되면서 “종파간 통합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쿠르드계인 마숨 대통령이 11일 새 총리를 지명하자 바그다드 곳곳에 특수부대를 배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으나 최대 후원세력인 이란을 비롯해 미국, 유엔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시아파 내부 반대가 거세지면서 고립무원에 빠졌다.
미국은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수전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알말리키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라크인들은 오늘 국가통합을 향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라크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하루 속히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통합정부 구성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알말리키 퇴진으로 미국은 “이라크 내 분열된 각 부족이 참여하는 거국 내각을 조성해 IS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여건을 마련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IS 파괴라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라크 새 정부가 IS에 대항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군대를 구성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미국에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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