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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단상] 고독한 혀, 즐거운 이빨

입력
2014.08.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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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리석은 암컷으로 널 기억할게

사랑한다면 이빨을 전부 뽑아줄 수도 있어

얼굴을 다 뜯어 먹고, 골을 빠개어 씹어도 울지 않겠어

최금진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중 ‘고독한 혀, 즐거운 이빨’ 일부

정신의 거짓말에 데여 육체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사랑한다면 이빨을 전부 뽑아줄 수 있다는 시어에 “진짜 펜치로 이빨 다 뽑혀봐야 정신 차리지”라고 투덜댔다. “당신은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 중 뭘 먹을 거예요?” 물어도 대답 없는 그에게 ‘나는 파란약이요’ 속으로만 중얼댔다. 거짓말의 세계, 시의 세계, 위태위태한 찰나의 세계, 주먹 한 방에 날아가 버릴 정신의 세계. 그래도 그럴듯한 말로 속았다면 그것으로 됐다. 최금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에는 파란약이 열어주는 그럴듯한 거짓말과 빨간약이 허락하는 누추한 진실이 경계 없이 엉겨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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