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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음악으로 돌아온 예은, 그녀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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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음악으로 돌아온 예은, 그녀의 생존법

입력
2014.08.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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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예은, 첫 솔로 앨범 발표

혁신적 영국 음악 닮은 노래 선보여

흥미롭지만 인기 끌기는 어려워

싱어송라이터ㆍ프로듀서 앞세워

핫펠트(HA:TFELT)는 원더걸스 예은의 예명이다. 이 이름으로 솔로 데뷔작 ‘Me?’를 발표했다. 개인적으로 원더걸스의 2011년 2집 ‘원더 월드’가 아깝게 묻혔다고 보는데, 여기엔 예은이 작사ㆍ작곡한 ‘G.N.O.’가 첫 곡으로 실려 있다. 앨범 자체가 복고적인 분위기를 지향했음에도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트렌디한 곡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이번 핫펠트의 솔로 데뷔작은 이런 느낌을 다시 환기시킨다.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음악 취향. ‘Me?’에는 이우민(collapsedone)이 공동 작곡가로 참여했다. 이때 그가 어떤 역할을 얼마나 맡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데, 다만 여러 정황으로 예은의 비중이 적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건 ‘Truth’와 빈지노가 피처링한 ‘Bond’다. ‘Truth’는 단번에 엑스엑스(THE XX)가 연상되는 비트를 깔면서 시작되는데 전체적인 인상은 영국의 신예 뱅크스(Banks)와 상당히 닮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구와 닮았다는 게 아니다. 이런 유사성을 짚으면서 우쭐댈 마음은 없다. 엑스엑스와 뱅크스는 현재 영국 쪽에서 가장 많이 모방되는 음악가들이다.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마이너’한 음악 서비스에는 이들을 따라 하거나 영향 받은 음악들이 흘러 넘친다. ‘Truth’가 흥미로운 건 이 최신 트렌드를 따랐다는 게 아니라 이것이 최신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Bond’는 보다 창의적이다. 007 시리즈의 메인 테마를 변형한 비트와 예리하게 다듬어진 빈지노의 랩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보컬의 톤에서 로드(Lord)나 버디(Birdy) 등이 떠오르지만 애초 원더걸스가 알앤비와 솔을 기반으로 삼은 걸 그룹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연상 작용도 자연스럽다.

영국의 팝 시장은 혁신적이거나 흥미로운 결과물이 꾸준히 나오는 곳이다. 미국의 팝이 그저 그런 이슈와 가십으로 점철되었을 때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실험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 음악 산업의 저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것을 동시대의 감수성이라고 해보자. 하지만 이 다운템포의 실험적인 팝 경향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 ‘Me?’는 이 난관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앨범의 의미를 거기서 찾으면 어떨까. 그녀가 한국의 메이저 음악 환경에서 동시대의 감수성을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편 시장에서 거의 반드시 실패할 음악을 팔려면 남다른 포지션이 필요하다. 그녀에 대해 싱어송라이터나 프로듀싱 같은 용어가 수시로 등장하는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뿐 아니라 인디 시장에서도 싱어송라이터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여기엔 작가주의나 진정성 같은 이미지가 더해지지만, 냉정히 말해 모든 예술에서 중요한 건 주체성보다 완성도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의 작가주의를 상당히 경계하는 편이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작가주의가 기준이 되면 많은 음악을 오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싱어송라이팅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여러 재능 중 하나일 뿐이라고 본다. 문장을 잘 다루는 사람이 글을 더 잘 쓰는 것처럼,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건 음악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미 산업화한 음악,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건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 요컨대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싱어송라이터보다 프로듀서로서의 예은의 ‘포지션’을 생각하게 한다. 그녀가 진정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잘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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