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문준필)는 학교 친구의 휴대폰을 빼돌려 퇴학처분을 당한 고교생 A(16)군이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학생의 신분관계를 소멸시키는 퇴학처분은 징계의 종류 중 가장 가혹한 처분으로 학습권 및 직업선택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며 “객관적으로 교육상 필요 및 학내질서 유지라는 징계목적에 비춰 현저히 중한 징계사유가 있고, 개전의 가능성이 없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징계는 단계별로, 교육적인 면을 중시해 선도 위주로 처리해야 하므로 퇴학처분은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돼야 하고, 첫 단계에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며 “개선의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퇴학처분은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 필요성(최소침해의 원칙), 상당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 4월 친구가 교실에 놔두고 간 휴대폰을 훔쳐 B군과 함께 C군에 팔아넘기고 6만원을 받아 둘이 나눠 가졌다. C군은 여러 대의 장물 휴대폰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A군은 “휴대폰을 잃어버린 친구로부터 추궁을 받자 혼이 날까 봐 잘 모른다고 했다가, 다음날 잘못을 시인했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학교는 A군을 B, C군과 함께 퇴학처분 했고, B군과 C군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에 불복한 A군은 서울시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 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퇴학 처분을 받게 되면 A군이 전학하더라도 꼬리표처럼 달라붙게 되는 이른바 ‘낙인 효과’로 평생 동안 불명예를 안고 생활하게 되는데 휴대폰을 대량 판매한 C군의 잘못을 A군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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