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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고부터 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생겼다.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러니까 글 쓰고 좋은 책 만드는 일을 제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인데, 그것 말고도 구미를 당기는 일들이 하나둘씩 생긴 거다. 이제 삶의 후반생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먼저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 전각 같은 걸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미술적인 감각이 크게 둔하지는 않다고 생각을 하니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열심으로 배우면 넉넉한 취미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도반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나누고 전시회 같은 것도 열 수 있으면 더욱 기쁠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 산악회나 조기축구회에도 들고 싶다. 시인들이 만든 축구단 ‘글발’에서 몇 년 전부터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끝내 고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시인들과 너무 많은 걸 나누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고유한 생활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냥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과 익명성을 즐기면서 산에 올라가고 축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무작정 도보여행 같은 것도 하고 싶다. 나는 집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을 기피해왔는데, 가보지 못한 곳을 많이 남겨두고 생을 마치면 후회가 많을 것 같다. 살아 있는 동안 되도록 우리 땅 많은 곳을 밟아보고 싶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식의 ‘세계의 비참’을 감정도 없이 기술하고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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