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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무보수·허드렛일 해외 인턴십' 보내고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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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무보수·허드렛일 해외 인턴십' 보내고 나 몰라라

입력
2014.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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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수백만원씩 들여 참가 불구 글로벌 함양과 거리 먼 단순 노동

전국 89개 대학서 프로그램 운영 "해외라 감독 어렵다" 사실상 방치

이화여대생 A(25)씨는 3년 전 다녀온 대학 해외인턴 프로그램만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강의실에서 벗어나 현장 실무를 익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절망으로 바뀌었다. A씨가 2011년 7월부터 3개월간 코네티컷주의 한 교육문화재단에서 한 일이라곤 재단 홍보책자 우편봉투에 우표를 붙이는 업무가 전부였다. A씨는 “학술회의 주최와 연사 섭외, 리서치 등 실무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학교의 거창한 구호는 장밋빛 기대에 불과했다”며 씁쓸해 했다.

일선 대학의 해외인턴 사업이 학교 측의 관리 소홀로 졸속 운영되고 있다. 수백만원의 자비를 들여 인턴십에 참가하는 학생 대다수가 무임금ㆍ단순노무의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전무해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대학 자체 해외진출 지원 사업 현황(2013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415개 대학 중 89개 대학이 한 해 2,200여명의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해외인턴이 취업 ‘스펙 쌓기’의 필수 코스가 되면서 지원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1월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항공회사에서 2개월 동안 인턴 근무를 한 한상욱(26ㆍ성균관대)씨는 “본사 업무를 약속 받고 인턴을 시작했지만 일선 매장에서 손님 접대만 하다 돌아간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했던 신모(24ㆍ한양대)씨 역시 한 커피회사에서 택배 운송장을 붙이는 일에 동원됐다. 그마저도 일이 없어 무료하게 보낸 날이 인턴 기간의 절반에 달했다. 그는 “업무를 배우기는커녕 영어를 쓸 기회조차 없었다”고 푸념했다.

대부분의 해외인턴십이 무보수인 탓에 학생들은 애꿎은 돈만 쓰다 귀국하기 일쑤다. 지난해 7월 한달 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물류회사에서 일했던 허모(27ㆍ고려대)씨는 “해외 업체가 제공한 건 호스텔도 아닌 허름한 여인숙을 공짜로 이용하게 한 것뿐”이라며 “학교에서 항공권도 지원 안 해줘 500만원의 사비를 지출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생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비자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여행비자로 출국,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커서다. 해외인턴 근무기간은 보통 1~3개월로 짧아 워킹비자 등 취업을 위한 비자 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씨는 “동료 한 명은 업주가 휴일과 주말에도 과도하게 일을 시켰지만 불평 한마디 못했다”며 “무비자 업무는 위법이라 단속에 걸리면 강제 출국을 당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의 무관심은 해외인턴십의 질적 저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유명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 함양에 도움이 되고 학교 홍보 측면에서도 나쁠 게 없어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에 있는 인턴 업무를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재정적 지원도 없는 만큼 아무래도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 감시 장치도 전혀 없는 상태다. 현재 정부가 보조하는 해외인턴 프로그램(WEST)은 현지 기업ㆍ기관이 학생들로부터 원하는 업무를 미리 파악해 추후 제공할 것을 서약하는 절차를 마련해 놓았으나 대학 인턴십은 이런 규정 자체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대학 해외인턴 사업에 대한 관리ㆍ감독은 학교 고유의 권한”이라며 “교육 당국이 나설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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