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90년된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
새 이야기로 끝 없이 가치 창출, 연이는 히어로 캐릭터 성공
핵심 경영전략 '소통ㆍ맞춤ㆍ다변'
재밌는 캐릭터, 감동 주는 스토리
세계 각 나라에 맞춤형 재탄생, 한국ㆍ중국 등 아시아 정조준

1956년 여름 월트 디즈니(1901~1966)는 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해전 캘리포니아 남서부 애너하임에 지은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한 기자가 그에 "반 세기 후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모습일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월트는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어투로 입을 열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멋진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는 수백 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또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계속될 겁니다. 동화를 현실로 만드는 신기술은 그 욕구를 놀라운 방식으로 키워갈 겁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60년이 지난 오늘날 모바일, 증강현실, 가상현실 같은 디지털 기술은 창의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월트가 예측했듯 스토리텔링으로 꿈과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으며,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고한 근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에겐 이 같은 스토리텔링이야말로 핵심 경영이념이자 사업전략이다.
소통형 엔터테인먼트
“디즈니는 스토리텔링 회사입니다. 단순히 캐릭터 하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 일상에서 보여주는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든지 '맞춤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럴수록 스토리텔링의 힘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고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국가 등 아시아지역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7월말 아시아 본부를 신설하고 그 수장으로 폴 캔들랜드(56) 월트디즈니 아시아 총괄 사장을 임명했다. 캔들랜드 사장은 국내 언론과는 처음 가진 한국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술의 발전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디즈니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캔들랜드 사장은 디즈니 스토리텔링의 힘을 ‘캐릭터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정의했다. 그는“창업자인 월트가 ‘모든 것은 작은 쥐 하나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던 미키마우스는 지난 90년간 디즈니와 함께한 대표 캐릭터이다. 하지만 만화와 영화만으로 끝났다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캐릭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즈니는 캐릭터들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생명과 같은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주인공 미키마우스이지만, 대중의 갈증을 적셔줄 수 있도록 새로운 스토리를 불어 넣음으로써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캔들랜드 사장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마블캐릭터들을 일례로 들었다. 이들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처음 카툰으로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 게임, 피규어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시켜왔고, 이젠 어린이는 물론 액션을 즐기는 성인남성과 여성들까지 좋아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ㆍ꼭 가져야 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됐다.
사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은 각각 개별적인 스토리를 가진 히어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각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디즈니는 이들을 한데 뭉쳐 '어벤저스'라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같은 기획사 소속 인기가수들이 모여 프로젝트앨범을 낸 것과 비슷한 컨셉인데, 이조차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어벤저스는 시리즈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미국 방송사인 ABC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선 이들 히어로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성인들을 위한 시리즈물로 방영되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뭉쳤다가 흩어지고, 새로운 스토리의 옷을 입으면서 수많은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인데, 디즈니 입장에선 그만큼 수익원이 다변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공주 캐릭터도 마찬가지. 애초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뮬란 등은 별개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이지만, 디즈니는 이들을 한데 묶어 '공주 시리즈' 인형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업구조와 수익모델이야말로 "우리나라, 우리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창조경제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은 단지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의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들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SNS 페이스북 게임 등으로 승부욕을 불태운다. 이들은 슈퍼히어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배우의 얼굴이 정교하게 조각된 피규어를 수집하며, 디즈니랜드를 찾아 각종의 관련 놀이기구들을 타면서 마치 실제 그 캐릭터가 된 것 마냥 전율과 즐거움을 맛본다. 마니아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유튜브 UGC(User Generated Contentsㆍ사용자제작콘텐츠)를 통해 마블 시리즈를 재편집하고 연출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콘텐츠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캔들랜드 사장은 “디지털시대 스토리의 특징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는 것, 즉 이용자가 스스로 참여하고 호응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이는 디즈니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이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새로운‘맞춤형’엔터테인먼트”라고 강조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원칙
디즈니는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22% 늘어난 22억4,500만 달러, 매출도 8% 늘어난 124억660만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두자릿수 이상의 놀라운 신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놀라운 실적은 지난 겨울 전 세계의 동심은 물론 어른들 마음까지 사로 잡았던 '겨울왕국'의 대성공에서 나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디즈니 특유의 사업모델인‘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전략이다. 재료는 하나(겨울왕국)이지만, 이것으로 수십 가지 요리(애니메이션 음반 인형 게임 등)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왕국을 기반으로 올 1월 출시된 모바일 게임 '프로즌:프리 폴'은 전 세계적으로 1,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선보인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에선 이모티콘 '겨울왕국'이 아이템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터넷TV와 케이블채널의 VOD 판매는 물론 음반과 음원(OST), 도서, 뮤지컬, 아이스쇼 제작, 문구와 완구, 식음료, 뷰티제품, 의류와 액세서리, 식기 세트, 심지어 은행 예금통장에 이르기까지 온통 '겨울왕국' 캐릭터가 점령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잘 만든 만화영화 하나가 온갖 상품에서 대박을 안겨준 셈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케팅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와 스토리가 경쟁력이 있어야 이런 부가적 판매도 가능하다. 캔들랜드 사장 역시 “(아무리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도 중요하지만) 디즈니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역시 콘텐츠와 스토리다. 재미있는 캐릭터,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다른 상품들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신뢰성 있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통해 전 세계 어떤 사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시장 정조준
디즈니는 전 세계 진출국가에 맞는 ‘맞춤형’스토리텔링을 적용한다. 마케팅의 현지화 전략이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귀여운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에선 아이언맨이나 헐크가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또 국내 게임업체와 손잡고 한국에 맞는 게임도 개발했다.
디즈니가 아시아본부를 신설하고 캔들랜드 사장을 초대 CEO로 임명한 것도 아시아시장 중시의 맥락이다. 캔들랜드 사장은 “캘리포니아와 올랜도 등 미국엔 2곳만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가 아시아 지역엔 도쿄와 홍콩에 이어 조만간 상하이에도 문을 열게 된다”며 “그만큼 사업적으로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디즈니는 앞으로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취향과 정서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K팝 등 디즈니에 아시아는 중요한 콘텐츠 근원지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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