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2.25%로 내려 내년 중반 美 등 금리인상 예상
한은도 추가 인하엔 유보적 경기부양 지속 효과 등엔 의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내린 것은 지난해 5월 0.25%포인트 인하 이후 15개월 만이다. 시중금리의 척도가 되는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저금리 기조(2009년 2월~2010년 6월 2%) 이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내년 중반쯤 미국 금리가 오를 때까지만 유효한 ‘시한부’ 금리인하인 데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유보적 입장을 밝힌 점을 들어 경기부양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 금리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인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정책공조ㆍ심리회복 앞세워
이날 금통위 결정은 금리인하 시기와 폭에 있어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14일 주가는 소폭 오르는데 그쳤고, 채권가격과 환율은 차익실현 매물로 오히려 하락했다. 취임 직후인 4, 5월 건실한 경기 회복을 들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연거푸 시사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이후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 회복 부진과 하방리스크(경기후퇴 위험)를 강조하며 시장에 꾸준히 ‘유턴’ 신호를 보내왔다.
한은은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경기상황 악화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국내외 경제동향 지표는 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지난달 금통위 때와 대동소이했다.
한은이 내세운 명분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출, 내수 등에서 세월호 사고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위축된 심리가 향후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방리스크가 실현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대응이란 얘기이다. 그는 “(성장 전망)수치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정부 정책과 더불어 심리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고 봤다”고도 했다. 정량적 분석보단 정무적 판단, 즉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가 금통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결정됐으며 1명은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7월 금통위 때는 6명이 금리 동결, 1명(정해방 위원)이 인하를 주장했다.
시한부 금리인하 효과는?
기대를 모았던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대해 이 총재는 “정책 효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한은이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지만 실제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결정을 살펴보면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난다면 곧바로 인하 기조를 접겠다는 뉘앙스”라며 “금통위 발표 직후 주가,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도 시장이 이런 시그널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미국과 영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급격한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 국가보다 일정 수준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 추가로 금리를 낮췄다간 재인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을 매개로 실물경제에 최대 효과를 낼 때까지 통상 1년 반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전한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러나 단기적이나마 금리 인하로 재정, 세제, 금융을 망라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올 하반기에만 재정지출로 11조7,000억원, 금융 지원으로 29조원을 투입하려는 정부 정책이 성과를 보려면 금리 인하를 통한 돈줄 풀기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내수 회복의 양대 기지로 삼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주가제한폭 확대 등 규제완화책을 동원하고 있는 부동산시장과 증시에도 저금리는 호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시장 일각에서 과한 기대가 있지만, 경제당국의 정책안에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화답한 것만으로도 시장의 근본적 기대가 충족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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