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산업 시너지 효과 크고
설비투자 적어 적응력 뛰어나
인류가 꿈꾸는 한 무궁무진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사랑 받는 미키마우스는 1928년 태어났다. 나이로 치면 올해 85세. 이 미키가 돈을 벌어들이는 경로는 참으로 다양하다. 시작은 만화주인공이지만 더 이상 만화로는 큰 돈을 벌지 않는다. 오히려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에서 인형과, 티셔츠, 시계, 장남감으로 더 많이 팔린다. 게임에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해 디즈니가 개봉한 영화 '겨울왕국'의 흥행수입은 12억 달러(1조2,000억원)를 넘는다. 영화 제작비는 많아야 1,600억원인 데 흥행수입으로만 7배를 튕긴 셈이다. 디즈니는 각종 캐릭터 상품, DVD, 컨텐츠 판매 등으로 짭짤한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다. 한 마디로 고기는 발라 먹고, 뼈는 따로 추려 국물을 내 곰탕까지 말아먹는 격이다.
월트 디즈니의 주식시가총액은 1,480억 달러다. 특별한 공장도 없고, 대규모 시설투자나 특허를 보유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1,670억 달러)과 비슷한 값어치를 갖고 있다. IBM의 시가총액도 1,860억달러 수준이다.‘재미있게 해 주는 재주’ 외엔 특별한 기술도 공장도 없는 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주식을 연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필자가 디즈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이 성장을 위해 ‘공장과 설비부터 깔아 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사업모델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규모의 경제’라는 이슈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남보다 덩치를 불리기 위해 일단 ‘지르고 보는’ 설비투자에 나서니, 필연적으로 돌아오는 결과는 ‘과잉공급’과 ‘구조조정’이다. 반면 디즈니의 핵심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이지, 설비 투자가 아니다. 당연히 제조업체에 비해 사업구조가 유연하고,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나다.
디즈니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스튜디오 사업과 캐릭터 사업, 그리고 테마파크 사업 간 시너지 효과이다. 스튜디오 사업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 인기를 끌면 곧 주요 주인공들이 캐릭터 상품으로 변하고 테마파크에도 등장하는 구조인데, 전 세계 기업 중 디즈니를 제외한다면 이런 식의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을 찾기 힘들다. 전 세계 부모님들이 아들 손에 이끌려 '어벤저스' 영화를 보고 '아이언맨' 인형을 사야 하며, 디즈니랜드까지 찾아가야 하니 디즈니의 주머니는 두둑해질 수 밖에 없다.
디즈니의 주력제품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꿈’ 이다. 디즈니의 사업모델은 대중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내 원하는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이다. 꿈을 꾸는데 비용이 들지 않듯이, 꿈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를 깔아댈 필요가 없다. 인류가 꿈을 꾸는 한, 그리고 일상에서 이룰 수 없는 행복을 어떤 식으로 든 구현하길 원하는 한, 디즈니의 사업모델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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