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시장 점유 확대 위해 경쟁사들 '적과의 동침'도 불사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협업 소비자도 새로운 맛 만들기 열풍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주력제품인 ‘카스’와 ‘처음처럼’을 소맥(소주+맥주의 혼합)으로 만들어 먹는 ‘카스처럼’마케팅이 자취를 감췄다.
그 동안 소주를 생산하지 않는 오비맥주와 자체 맥주가 없었던 롯데주류는 소맥 애주가들이 만들어낸 ‘카스처럼’이란 신조어를 공공연히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하면서 클라우드(구름)와 자사의 처음처럼을 섞어 만드는 소맥 칵테일 ‘구름처럼’마케팅을 시작했고, 내부적으로 ‘카스처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이후 맥주 시장 1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각사의 1등 제품인 카스와 ‘참이슬’을 조합한 새로운 소맥 칵테일 마케팅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ㆍ주류업계가 시장점유 확대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서로 다른 제품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드는 모디슈머(수정을 뜻하는 modify와 소비자 consumer를 합친 신조어) 열풍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은 경쟁사와 공동 마케팅은 물론 제품개발, 유통망 활용까지 망설이지 않는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도 계열사 제품을 서로 유통하고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푸드의 유가공 브랜드 파스퇴르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로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를 내놓았다. 롯데푸드와 자매회사인 롯데마트도 PB분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롯데푸드가 이마트와 협업하자 다급해진 롯데마트는 날짜를 앞당겨 롯데푸드와 ‘반값 산양분유’를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주류는 출시 2개월만인 6월 유통 라이벌 이마트에 ‘클라우드’를 입점시키고 제품 판로 확대에 나섰다. 동시에 이마트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주류수입전문업체인 신세계 L&B도 200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롯데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1,000여개 매장에 자사가 수입하는 벨기에 맥주 ‘벨룩스 프리미엄 라거’를 3만개 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팔도는 최근 CJ제일제당과 손잡고 비빔면과 연어캔을 활용한‘연빔면(연어+비빔면)’공동 마케팅을 시작했다. 비빔면 포장에 연빔면 조리법을 넣는 것뿐 아니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시식행사를 하는 한편 두 상품을 연관진열하고 제품 구매 시 할인해주는 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팔도가 지난 해 동원F&B와 비빔면과 골뱅이, 참치를 이용한 ‘골빔면’, ‘참빔면’마케팅을 펼쳤는데 전년보다 매출이 35.8% 신장하는 성과를 거둔 게 반영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회사 상품은 무조건 배척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내수 경기가 워낙 침체된 상황이다 보니 시장 확대와 상호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라이벌과도 과감하게 손을 잡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쟁사이면서도 동시에 협력사가 되는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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