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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은 삶의 질, 숲에서 찾자

입력
201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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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푸드, 힐링 축제, 힐링 여행, 힐링 인테리어, 힐링 산책, 힐링 독서, 힐링 음악…

전국적으로 ‘힐링(Healingㆍ치유)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 홍보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힐링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면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느낌을 얻을 때가 많다. 물론 심리적인 효과가 크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까지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내세운 ‘웰빙(Well-being)’이 각광받은 데 반해 이제는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위한 치유가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일과 생활에 지친 사람이 많아졌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으로 선진국 지위에 오르긴 했지만 삶의 질, 건강, 행복 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수들은 비례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 국민이 느끼는 전반적인 삶의 질은 낮은 편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인 34개 국가와 러시아, 브라질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14년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교육과 안전 부문을 제외한 삶의 만족도, 일과 생활의 균형, 시민참여, 소득, 커뮤니티, 건강, 환경, 주거안전, 고용 부문에서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삶의 만족도’ 부문에서는 10점 만점에 4.2점으로 조사돼 조사대상국 중 25위에 그쳤다.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는 4.2점으로 34위를, 환경 부문에서는 5.3점으로 30위를 기록해 하위권에 머물렀다.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숲과 나무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민 1인당 생활권도시림 면적은 7.78㎡로 국제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곳이나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숲이 자리잡고 있고, 숲을 이용하는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숲과 나무가 주는 심리적 위안은 숲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경증 우울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를 실시한 결과 27.3%가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긍정적인 감정이 상승한다고 답했다. 또 71.4%는 숲길을 20분간 걷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기분이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산림치유 후 우울환자의 28.9%가 우울감이 낮아졌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27.4% 감소했다. 청소년의 경우 자아존중감이 11.9% 상승했으며 충동성, 과잉 행동, 부적응 문제 행동 등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강도의 운동이라도 숲에서의 운동이 실내에서보다 더 높은 효과를 낸다는 결과도 나왔다.

산림치유는 산림휴양이나 삼림욕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개념으로, 산림의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치유를 강조한 전문 프로그램이다. 산림청은 산림치유를 위해 2009년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 자연휴양림과 강원 횡성군 청태산, 전남 장성군 축령산 등 3곳을 ‘치유의 숲’으로 지정했다. 치유의 숲 담당자에 따르면 치유의 숲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방문자는 매년 늘고 있고, 조사 결과 대부분의 방문객이 재방문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산림치유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동안 산림치유는 숲에서의 건강증진효과를 규명하는 것에 치중해 왔다. 최근에는 의학, 한의학, 보건학, 공학 등 여러 학과 간의 연구를 통해 산림치유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효과적인 산림치유를 위해 운영 및 전달 체계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숲이 단순한 녹지의 공간을 넘어 모든 국민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 숲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숲을 지키고 활용하면서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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