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13일 처음으로 실시한 대전도시공사 박남일사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시의 공언한대로 간담회 수준에 머물렀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청문회는 긴장감 보다는 밋밋한 질문과 모범 답변이 오고 갔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청문회인지라 현재 국회에서 실시하는 정도의 수준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시장 선거공약 이행에 떠밀려 청문회 실시를 밀어붙였던 대전시는 의회의 거부에 따라 집행부 주도로 방향을 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새 사장 선임 시한에 쫓겨 부랴부랴 청문위원 추천을 받아 진행하다 보니 청문위원들도 준비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법적 근거가 없어 대상자의 도덕적 문제는 따져볼 수도 없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파악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했다. 청문회 대상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앞으로 업무계획을 설명한 직무계획서 정도가 자료의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임원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면접수준의 질문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박 사장 내정자도“사장에 취임해 자세히 업무를 파악한 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거나 “위원들의 지적을 잘 새겨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연한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청문위원들이 지난 지방선거과정에서 권 시장과의 관계여부 등 껄끄러운 질문에는“개인적으로 지지를 했으나 전혀 접촉한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이를 반증할 자료가 없다보니 추가 질문이 불가능했다.
청문회에서 답변의 신뢰성을 입증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본의든 아니든‘위증’이 나온다 해도 어떤 제재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전시는 후임 마케팅공사 사장에 대한 10월 인사청문회부터 의회 주도로 실시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경영자의 자질을 꼼꼼히 따지는 내실 있는 청문회가 되려면 법적 근거 마련이 우선돼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을 대신해 청문회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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