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위원장 부임 후 사흘간 강행군
성공 개최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 접근
"칸막이 없애라" 화합·협력·소통 강조
영화 ‘명량’의 1,000만 관객 흥행 후폭풍으로 ‘이순신 리더십’이 올 여름 최고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압권은 이순신 장군의 선승구전(先勝求戰ㆍ미리 이겨놓고 난 후에 싸운다)전략이다. 장군은 기피해야 할 위험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구분한 후, 사리에 맞지 않으면 심지어 어명(御命)이라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21세기 식으로 풀이하면 철저한 현장, 현실론자라는 의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이순신 리더십이 착착 이식되고 있어 화제다. 이순신 리더십의 보따리를 푼 이는 조양호(65) 신임 조직위원장이다.
지난 11일 첫 부임한 이래 사흘 연속 선승구전을 설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직위 간부들에게 “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축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해 실리를 따져 보라”는 메시지다. 3년여 남은 평창올림픽의 최대 고민은 흑자 마케팅이다. 조직위는 9,000억원 가량을 기업들의 마케팅 참여로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후원계약이 30%에도 못 미치는 등 첩첩 난제에 길을 잃는 형국이다.
울며겨자먹기로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조 위원장은 그러나 직원들에게 ‘실제 올림픽 마케팅에 참여하면 어떤 이득이 있고,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게끔 안(案)을 만들어 오라’고 채찍질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궁극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당근을 제시하라는 의미다. 비유하자면 마케팅의 선승구전이다.
거대 기업 총수답게 업무스타일도 빈틈이 없다는 평가다. 조 위원장은 실제 간부회의에서 ‘나는 엔지니어 출신이다’를 수 차례 강조하며 국가대사인 올림픽 성공을 위해 업무 파악에 한 점 허점이 없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올림픽 이후 경기장 유지 관리에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각별히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2009~11년 평창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역임해 누구보다 ‘평창’을 손금 보듯 들여다 보고 있다. 하지만 오전 7시 출근해서 회의 주재시간이 2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11일 업무 첫날, 실ㆍ국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은 데 이어 12일에는 평창, 강릉, 정선 지역 경기장 건설 현장을 헬기를 타고 살펴봤다. 개최 지역 지자체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 수렴도 빼놓지 않았다. 13일에는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가 낮 12시30분이 지나서야 마무리 됐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화합ㆍ협력ㆍ소통을 강조하며 부간(部間)의 칸막이를 없앨 것을 당부했다”라며 “벌써부터 조직위 내부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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