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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도 내게는 하나의 재미, 무대에서 즐거움과 휴식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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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도 내게는 하나의 재미, 무대에서 즐거움과 휴식 느끼죠

입력
2014.08.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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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의 줄거리는 많이 알려져 있다. 무대에 오른 것만 올해로 벌써 열 번째이고, 뮤지컬을 보지 않은 이들도 영화를 통해 그 내용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2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시카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주인공 역할을 배우 한 명에게만 배정(벨마 켈리 역은 최정원, 록시 하트역은 아이비가 각각 맡았다)하며 관심을 이끌어냈다. ‘준수 아빠’ 이종혁의 출연 역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12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준수 아빠’가 아닌 배우 이종혁을 만났다. ‘시카고’에서 살인혐의를 쓴 벨마의 무죄 석방을 돕는 변호사 빌리 플린 역을 맡은 그는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무심하지만 장난기 어린 특유의 말투로 성실히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이종혁은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통해 뮤지컬 팬들과 만났다. ‘벽을 뚫는 남자’는 이종혁이 데뷔한 이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시점에 선택한 작품이었다. 그는 올해 초 공연이 막을 내린 뒤 잠시 휴지기를 보내고 ‘시카고’에 합류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스타가 된 이종혁이 ‘라이브 연기’라는 부담감을 안아가며 자꾸 무대에 오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_이제 원한다면 굳이 무대에 안 서도 되는 배우다. 꾸준히 무대를 찾는 이유가 있나.

“그냥 무대가 편하고 재미있다. 장기간 무대공연을 하다 보면 아주 작은 실수라도 한 번쯤은 하게 되는데 그게 나에게는 연기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즐기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무대인 셈이다. 얼굴 컨디션이 나쁘거나 몸에 살이 좀 붙어도 무대는 관객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별로 티가 안 난다는 점도 장점이다(웃음).”

_많은 작품 중 ‘시카고’를 택한 이유는.

“무대에 많이 서봤지만 여태껏 화려한 뮤지컬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카고’는 브로드웨이에서 장기간 공연한 작품이다. 그만큼 미국 뮤지컬의 상징 같은 작품이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외모적으로도 빛이 나는 캐릭터라서……(웃음).”

_원작 공연 혹은 국내공연을 본적이 있나.

“공연은 접한 적이 없고 영화는 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대극장 공연이다 보니 영화와는 연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 개인적으로 대극장 연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행동도 과장되게 해야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야 하고… 그래서 처음 연습할 때 좀 편안한 스타일로 연습을 했는데, 어느 순간 ‘나 혼자 내면연기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생각해보니 대극장은 관객과의 거리가 멀고, 그러니 목소리든 행동이든 크게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지금은 대극장 연기에 많이 적응된 상태다.”

뮤지컬 시카고에서 활약 중인 배우 이종혁. 한국일보 자료사진
뮤지컬 시카고에서 활약 중인 배우 이종혁. 한국일보 자료사진

_빌리 플린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변호사 역할이다. 대사를 굉장히 빨리 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말을 청산유수로 쏟아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초반 공연 때는 2막 법정 장면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한 적도 있다. 요즘은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대사 속도를 좀 늦추는 편이다.”

_빌리 플린 역에 성기윤과 더블캐스팅 됐다. 성기윤은 2012년부터 오랫동안 빌리 플린 역을 맡아 왔는데, 비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특별한 부담감은 없다. 기윤이 형이 오랜 시간 축적된 내공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빌리 플린을 연기한다면, 나는 ‘신선함’으로 무대를 채우고 있다(웃음). 어차피 각자의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을 의식하기보단 새로운 빌리 플린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_무대가 특이하다. 앙상블이 극중에 계속 무대에 앉아 있는다.

“‘시카고’만의 특징이다. 앙상블이 계속 무대에 머무르며 극 중 하나의 장치로 작동한다.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앙상블은 중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앙상블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대학로에서 연기인생을 시작한 그는 무명 배우가 겪는 설움과 부당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10년 뮤지컬 제작자가 배우들의 임금을 체불한 것도 모자라 임금을 받으러 온 배우를 망치로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자 그는 SNS를 통해 제작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_‘쇠망치 활극’ 사건 이후로 4년이 흘렀다. 배우들의 상황이 좀 나아진 것 같나.

“내가 계속 무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당시에 그런 글을 올렸던 이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이 배우를 막 대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작자라는 위치를 권력으로 생각한다는 점에 큰 실망을 느꼈다.”

_한 쪽에서는 출연료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는데, 또 한 편에서는 일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높은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선다.

“쉽지 않은 문제다. 아이돌 가수들 덕에 표가 많이 팔리고, 그래서 뮤지컬 시장이 활성화한다면 전체적인 파이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기존 배우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시장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럴 힘도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형편이 어려운 배우가 있다면 밥이나 술이라도 많이 사려고 한다.”

5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 이종혁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 이종혁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종혁은 연극으로 시작해서 드라마, 영화, 예능, 뮤지컬까지 종횡무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생활이 궁금했다.

_다양한 장르 중에서 어떤 게 가장 적성에 잘 맞나.

“크게 보면 예능보다는 연기가 더 재밌고 몸에 잘 맞는다.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들과 호흡하는 게 짜릿짜릿하다. 연기 내에서는 특별히 장르에 따른 구분은 없다. 드라마를 하다 보면 ‘좋은 사람들을 내일 또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있고, 영화나 무대공연을 하면 또 현장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_돈은 어디서 제일 많이 주나.

“드라마가 제일 많이 주는 편이고, 영화는 맡은 배역의 사이즈에 따라 다르다.(웃음)”

_‘준수 아빠’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굳어져서 혹시 연기생활에 지장을 줄까 걱정한 적은 없었나.

“그런 부분이 좀 있었다. ‘아빠 어디가?’ 하차를 결심한 배경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특히 예능에서는 편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 입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는 경향도 있었다. 지금은 예능보다는 일단 배우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다.”

_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무대는 같은 공연을 매번 반복한다. 연기하면서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나도 사람인지라 지겨운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관객은 한 번 보는 무대지만, 배우들은 무대에 서기 위해 매일 똑같은 연습을 반복한다. ‘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또 공연기간에는 부상위험을 줄이기 위해 몸도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대학로에서 공연할 당시에는 몇 년간 스키장도 한 번 못 갔다. 그런데 ‘의형제’라는 뮤지컬을 원캐스팅으로 5개월간 공연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무대공연에서는 관객만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나도 관객을 본다. 매일 다른 관객이 웃고, 울고, 환호해주는 걸 보면서 힘을 얻는다. 인기라는 게 별게 아니다. 말 그대로 ‘사람의 기운’이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관객의 기운을 받아서 무아지경으로 연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시카고’의 최고 명장면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주연배우들의 연기장면이 아닌 앙상블의 군무를 꼽았다. 그는 ‘시카고’를 꼭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앙상블의 안무, 오케스트라의 음악, 최정원과 아이비의 완벽한 호흡”이라고 대답했다. 본인보다는 주변인을 먼저 챙기고 개인의 기량보다 호흡을 중시하는 그의 모습이 엿보였다. 배우 이종혁은 아이들과 출연진들에게 살갑던 ‘준수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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