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무전기 쥐어주고 '소통'
노조 "인사 전횡 말라" 1인시위
박경철 익산시장이 인사 전횡이란 비판으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직원에게 무전기를 보급하거나 자신의 휴가를 번복하는 등 돌출ㆍ파격행보를 쏟아내 논란을 빚고 있다.
13일 익산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비서실을 비롯해 행정지원과와 산림과 등 5개 부서에 무전기를 보급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관용차에 호출명‘거북이 1호’무전기를 설치한 뒤 용무가 생기면 행정지원과(거북이 5호) 등에 ‘거북이’를 외치며 공무원을 찾고 있다.
박 시장은 통신장애 등으로 공직자와 연락두절이 우려돼 무전기를 나눠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은 경찰도 집회 경비 때나 무전기를 사용할 뿐 평소 스마트폰을 소지한다며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휴대전화로도 소통이 충분한데, 왜 이런 촌극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곧바로 무전기를 안 받으면 불호령이 떨어져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 시장의 ‘기이한 시정’은 인사 과정에서도 거듭되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난달 사무관(5급) 면접에서“당신은 전임시장 편이지?”라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광경이 시청내부에서 회자되는 등 연일 뒷말을 낳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전임 시장과 가까웠다는 일부 사무관들을 동ㆍ면장 등으로 발령하고, 비서실 출신을 무보직 발령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400명여명이 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뒤 당일 오후 사령장 교부를 위해 솜리예술회관에 직원들을 집결토록 했다. 허나 박 시장은 사령장을 교부하다 느닷없이“힘들다”며 한웅재 부시장에게 떠넘기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박 시장은 지난 11일 또다시‘전보제한’도 없는 인사를 단행해 인사횡포란 비판을 자초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정기인사를 한 지 12일만에 다시 ‘좌천 인사’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4일부터 여름 휴가를 가겠다며 신청했다가 근무일수 부족으로 대상이 아니자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공무원 A씨는“정말 80년대식 행정이지만 참모들은 시장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라며 답답해 했다.
익산시 공무원 노조는 지난 11일 오전 익산시청 앞에서 “박 시장의 첫 인사는 원칙과 변화가 없고, 질서와 소통도 없는 인사”라며 1인 시위를 했다. 노조 관계자는“박 시장이 선거 전 약속과 달리 명백한 보복인사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13번째 도전으로 제도권에 진입한 박 시장이 오랜 시민단체생활 때문인지 독특한 행정을 하고 있지만 더 지켜 봐달라”며“무전기는 산불이나 홍수 등 휴대전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박 시장을 지난달 25일 소환한데 이어 최근 재소환해 지난 6.4 지방선거운동 기간 익산시장 후보자 TV초청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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