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놓인 뭔가에 몰두해 있는 할머니 곁에서 비둘기가 침묵시위라도 하듯 서 있다. 비둘기의 당당한 태도로 보나 접근 거리로 보나 둘이 스치면 그만인 사이는 아닌 게 틀림없다. 할머니는 도심 한낮을 무료함을 달래느라 간식 부스러기라도 던져주며 비둘기의 마음을 사곤 했을 것이다. 8월 13일 일본 도쿄의 한 거리, 할머니는 구두닦이다.
4년 전 도쿄 역내 구두닦이 기계가 철거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구두닦이 할머니들이 고령화하면서 1998년 등장한 기계는 100엔의 싼 가격(할머니는 500엔)으로 잠깐 인기를 끌었으나 손질 편하고 저렴한 구두 소비가 늘면서 수지가 안 맞게 됐다는 거였다. 2차대전으로 남성 인력이 부족해진 이래 일본 구두닦이는 전통적인 여성 노동시장이었다.
친구가 온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게 만든 할머니의 ‘일’은 뭘까. 사진을 확대해 봐도 손에 쥔 게 구두솔 같지는 않은데….
외신은 2분기 일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소식과 함께 저 사진을 올렸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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