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이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22일)을 앞두고 그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닮은꼴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시 주석을 덩샤오핑 수준으로 높여 동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민일보 해외판 사이트인 해외망(海外網)은 12일 “이전엔 불만이 있으면 덩샤오핑을 떠올리며 의지했었는데 지금은 불만이 있으면 시진핑을 바라 보게 된다”며 “사람들의 눈엔 단호한 개혁 의지의 시진핑과 개혁개방의 길을 연 덩샤오핑이 매우 유사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특히 덩샤오핑과 시 주석이 3가지 면에서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길’이 같다. 시 주석이 2012년12월 총서기로 취임한 뒤 첫 지방 순찰지로 광둥(廣東)성의 선전과 주하이(珠海), 순더(順德), 광저우(廣州) 등을 방문한 것은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당시 행선지와 일치한다. 둘째, 이념이 같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 기념 행사 당시 “개혁개방 이후의 역사로 그 이전의 역사를 부정할 수 없고,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로 그 이후의 역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덩샤오핑이 “계획경제가 곧 사회주의와 같은 건 아니며 자본주의에도 계획은 있다, 시장 경제가 곧 자본주의와 같은 건 아니며 사회주의에도 시장은 있다”고 한 것과 기본 이념 상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셋째,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감정이 같다. 덩샤오핑은 “나는 중국 인민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런 덩샤오핑을 존경하고 본보기로 삼고 있다. 그는 심지어 “‘공허한 말이 나라를 망치고 착실한 행동만이 나라를 일으킨다’는 덩샤오핑의 구호는 개혁 개방 30여년의 실천 과정에서 진리로 증명됐다”고 역설했다.
일부 매체들은 시 주석이 유독 덩샤오핑의 발언을 ‘명언’으로 자주 인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구체적 사례도 열거했다.
중국일보도 최근 시 주석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처럼 군부에서 경력을 쌓은 데다 전략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글을 실었다. 또 시 주석이 덩샤오핑의 외교 노선(도광양회 유소작위)을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지난달말 소식통을 인용, 덩샤오핑을 매우 존경하는 시 주석이 덩샤오핑처럼 중국을 새로운 개혁과 성장의 시대로 이끌어 덩샤오핑에 필적하는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 싶어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오는 22일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를 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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